요즘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들이 내뱉는 푸념이다. 올 연초까지만 해도 신용카드회사들은 희색이 만면했다. 하룻밤 사이에 굴러들어오는 현금이 수백억원이었으니 돈을 주체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확히 6개월 만에 신용카드회사들은 늘어나는 적자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 막대한 순익을 올리던 카드회사들이 잇따른 경영 적신호에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백억~수천억원대의 반기 순이익을 내던 카드사들이 하반기 들어 적자를 기록, 이 때문에 카드업체들의 주가도 연일 급락하는 등 파문이 번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껏 드러난 것보다 카드사의 경영실적이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LG카드는 6천5백억원, 삼성카드는 6천억원, 국민카드는 4천5백억원, 외환카드는 2천1백억원의 순익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모든 게 변했다. 특히 지난 9월 들어 상당수의 카드사들이 적자로 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카드는 9월 당기순이익이 1백50억원 이상, 신한카드도 1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3위권 카드회사인 국민카드는 9월 당기순익 규모가 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내 카드사업부를 통해 신용카드 사업을 하는 은행계 카드회사들도 8월 이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렇게 3분기 들어 카드사들이 속속 적자로 돌아서자 카드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카드회사들이 이같은 상황에 빠진 것은 정부의 카드사용 규제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카드사용에 따른 사회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9월부터 규제책을 실시했다.이에 따라 카드업체들도 지난 6월부터 4개이상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20% 정도 사용한도를 축소키로 했다. 지난 9월부터는 5백만원 이상의 신규 대출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자 카드 연체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를 하던 현금서비스 이용자들의 돈회전이 막힌 때문이었다. 그 여파로 카드회사들의 경영수지가 급속히 악화됐고, 일부 신용카드사들은 올 연말 결산에서도 적자반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더 큰 ‘폭탄’이 아직 터지지 않고 있다는 점. 최근 카드사들의 적자반전이나 영업수익 부진은 연체에 따른 경영수지 악화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카드 연체율이 경영수지 악화의 핵심인 것.
그런데 카드사들이 밝히고 있는 연체율이 ‘분식’됐을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더이상 반영될 악재가 있는가’란 보고서를 펴낸 메리츠증권의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대환론 때문에 카드사의 연체율이 실제보다 낮게 잡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카드사용 규제가 강화된 이후 일부 카드사들이 신용불량 리스트에 오른 고객에게 기존 신용대출을, 보증인을 내세운 대출로 서류상 바꿔주면서 연체율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환론 규모에 대해 카드사들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신용카드사의 부실 대출규모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환을 했다고 해서 신용불량 회원들의 현금유동성이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다. 심 애널리스트는 “대환에 따른 효과는 1~2개월 정도여서 한두 달 뒤 과다 대출을 해결하지 못한 이용자들은 결국 신용불량으로 잡히고 연체자가 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9월 이후 강화된 대출조건의 결과는 10월 이후에야 그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 11월~12월 결산이 보고되는 내년 2월 무렵 신용카드사의 신용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현재 연체율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카드사들이 4분기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의 영업수지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2002년 결산 장부를 온통 빨간색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연체율 급증에 따른 신용위기도 문제지만 정부가 신용카드사의 황금알이던 대출서비스 규제에 들어간 것도 카드사 경영 위기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04년말까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영업비중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 서비스가 전체 영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할부판매 등의 신용판매 부문은 수수료가 낮아 이익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익은 대출 서비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서비스 확대에 매달리고 있다. 실제로 업계 1위인 LG카드의 경우 지난 2분기 기준으로 대출서비스가 전체의 73.8%에 달한다. 대출 서비스 비중이 큰 만큼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LG카드는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1% 내릴 때 이익이 1천1백34억원씩 감소한다. LG는 지난 8월1일부터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23.4%에서 19.9%로 내렸다.
이런 현상은 LG카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카드사들이 지난 8월을 전후해 22~24%이던 수수료율을 19% 안팎으로 3% 가량 내렸다. 카드 대출 비중이 높은 LG의 순익 감소폭이 컸을 뿐 다른 카드사들의 이익폭도 그만큼 준 것이다.여기에 연체율 급등은 엎친데 1덮친격으로 카드사들의 영업이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신용대란으로 인한 카드회사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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