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일요신문] 충남 당진지역에는 석탄 화력발전소와 석유화학공장들이 밀집해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유독 가스 배출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악화되는 주민 여론을 의식해 2021년까지 친환경 설비 구축에 5300억 원을 투입해 집진기 등을 증설해 주요 오염원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번 독성물질 배출 은폐로 공염불이 됐다.
지난 1월 환경부의 전국사업장별 오염물질 배출량 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오염물질 원격 감시장치를 설치한 전국 626개 사업장 가운데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업장 1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였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지난해 오염물질 배출량은 2만 3291톤으로 전년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1442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2010년 1·2 고로 가동을 시작으로 2013년 3고로와 2015년 현대하이스코 합병 및 특수강공장 가동으로 제품 생산량이 2013년 1617만 톤에서 2017년 2376만 톤으로 급증하면서 오염물질 배출 1위 사업장이라는 반갑지 않은 타이틀을 얻었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최근 5년간 전국 대기오염 물질 배출허용 기준 초과로 전국 사업장에 부과한 32억 원의 배출부과금 가운데 절반인 16억 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진에는 석탄을 원료로 하는 10기의 화력발전 설비가 있는데 1~4호기는 가동 20년이 넘어 폐기 시점에 도달했다.
현재 1~8호기에서 하루 4000톤과 9~10기에서 하루 8000톤의 석탄을 태워 2017년 기준 1만 5978톤의 오염물질을 배출했는데, 이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당진 시민들은 지난 1월 당진화력 1~4호기 수명연장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강하게 반발했고, 충남도 및 당진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에 화력발전소 가동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철회를 촉구한 바 잇다.
이처럼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시안화수소 배출 은폐는 기업과 자치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2017년 2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3고로 열풍로에서 기준치 3ppm의 5.6배에 달하는 시안화수소 17.3ppm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발표하기 전에는 주민들은 물론 관리 감독 당국인 충남도에서도 배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안화수소는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로 일반인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역사상 최악의 인종 범죄를 저지를 당시 사용했던 독가스인 청산가스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월 재측정에서도 허용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충남도에 신고는 고사하고, 대기측정기록부에 기재조차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측정대행업체가 검출한 시안화수소 농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핑계로 20개월 동안 감춰왔던 현대제철은 감사원 감사와 환경부 조사가 시작되자 마지못해 검출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감독 관청인 충남도는 감사원의 통보를 받기 전에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더욱이 충남도는 시설개선명령 등의 조치도 없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고작 과태료 60만 원 부과로 처벌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당진의 환경단체 임원은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가 있는 당진 지역의 경우 전국에서 대기환경오염 물질 배출량이 가장 많은 지역인 만큼 사업장들에 대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과 보고 및 저감 장치 가동 상황 등을 감독 당국이 철저히 살펴야 하지만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기고 손 놓고 있어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또 “당진 주민들은 24시간 가동되는 제철소와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다”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오염물질 배출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의 상시 감시 참여를 보장하고, 전문성을 갖춘 감독기관의 점검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심무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