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길승 신임 전경련 회장과 손병두 전 부회장이 지난 11 일 민주당을 함께 방문했다. 임준선 기자 | ||
‘전경련의 안살림꾼’ 손병두 상근부회장의 갑작스런 상근 부회장직 퇴진을 두고 재계에 이런저런 뒷말이 오가고 있다.
손 부회장은 지난 2월7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28대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후 전경련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손 부회장은 지난 1997년 전경련 상근 부회장에 취임했다.
그의 퇴진을 두고 뒷말이 오가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재계에서 오가는 그의 퇴진 배경과 관련한 얘기는 크게 정치적인 이유와 사적인 이유 등 두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해석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측과 전경련이 첨예하게 빚어온 갈등 때문이라는 것. 갈등의 중앙에 손 부회장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추측이다. 이 부분은 지난해 12월 전경련 고위 관계자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위측의 재벌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색깔 비판을 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 문제는 그 후 당사자의 해명으로 일부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노무현 당선자측과 재계가 가지고 있는 인식차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손 부회장은 직•간접적으로 노무현 당선자측의 재벌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온 게 사실이다.
재계의 대리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불가피하게 재벌옹호론을 펼 수 밖에 없었던 입장이지만, 이 부분은 차기 정부와 재벌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손 부회장은 손길승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정권과 전경련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물러난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재계 일각에서는 손 부회장의 퇴진 배경에는 노무현 당선자측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말도 있다. 노무현 당선자와 손길승 회장간 면담에서 이같은 의사가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전경련이나 손 부회장 자신은 부인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전경련의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손길승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는 데 적극 나섰던 손 부회장이 스스로 부회장직을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손 부회장은 그동안 전경련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터여서 새 진용이 짜여지기도 전에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것. 현상황에서 그가 물러날 경우 상근부회장으로 영입할 마땅한 인사가 없다는 점도 자발적 퇴진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손 부회장은 이에 대해 “손길승 회장과는 오랜 친구 사이다. 손 회장도 전경련을 이끌어가는 데 친구인 내가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고 퇴진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손길승 회장과 손 부회장은 1941년생으로 동갑인 데다, 대학도 서울 상대 동기동창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경남 진주(손길승 회장)와 경남 진양(손병두 회장)으로 동향 출신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두터운 교분을 가져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손 부회장의 말대로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을 이끌어가는 데 손 부회장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나 재계 전체의 입장을 집결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손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자칫 손 부회장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