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유상부 회장 | ||
문제가 된 유 회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초고가 아파트 붐을 일으킨 서울 강남 도곡동의 대림 아크로빌 아파트 X동 제XXX4호. 이 아파트는 전용 면적 52평형. 이 아파트 관계자는 “유 회장은 지난해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으며, 현재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확인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유 회장은 회사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부인과 함께 인근 양재천을 산책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것. 유 회장이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부분이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은 포스코측이 회사돈으로 이 아파트를 전세낸 것이라는 점 때문.
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포스코는 회사명의로 지난해 5월2일 이 아파트의 원소유자인 유명 피부과 의사 K씨로부터 2년간 7억원에 전세낸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 규정상 서울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임원들에게 회사에서 사택을 제공하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으며, 관행도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주요 사업장이 포항과 광양에 있는 만큼 서울에 생활 근거지를 둔 직원이 광양이나 포항 사업장으로 발령을 받으면 사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지방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서울 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 사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유 회장처럼 서울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 임원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전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97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삼성보라매옴니 타운에 전용 면적 50평형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매입, 아직도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대방동으로 돼 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유 회장은 실제 본인 집은 놔두고 회사에서 얻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이 아파트 구입 등에 관해 내부적으로 ‘임원숙소’라는 회계항목으로 처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포스코 유상부 회장이 현재 회사측에서 전세계 약을 맺은 7억원짜리 서울 도곡동 대림 아크로 빌 아파트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때문에 포스코가 이 아파트를 전세낸 것은 유 회장에 대한 특혜제공이라는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매우 크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포철 내부 자료에 의하면 포스코는 유 회장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 최고급 전자제품과 인테리어 등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포스코가 제공한 내역은 아파트 전세비 7억원 외에 아파트에 구비한 PDP TV 구입비 8백58만원, 가전제품 3종 구입비 5백24만원, 에어컨 구입비 84만3천원, 아파트 개보수 및 실내장식비 5천2백80만원 등 총 9천3백48만5천7백원을 지출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포스코가 아크로빌 아파트 한 채를 빌리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은 8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살던 집을 놔두고 갑작스레 회사돈으로 아파트를 전세내 거주지를 옮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각에선 유 회장이 지난해 5월 회사규정과는 무관하게 무리수를 두면서 집을 옮긴 배경을 타이거풀스 수사와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5월4일 검찰은 유 회장을 소환조사했음을 공개했다.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씨가 관련된 최규선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유 회장을 소환조사한 것. 결국 아파트 계약일자가 5월2일인 점에 비춰보면 유 회장이 1차 소환 직후 아크로빌 아파트를 전세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 회장이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소환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기자들이 유 회장의 신대방동 아파트로 달려가 그의 귀가를 기다렸지만 유 회장을 만나지 못하고 허탕을 쳤다. 유 회장이 아무도 모르게 집을 옮겼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옮긴 뒤 본지 기자에게 아크로빌로 출퇴근하는 모습이 목격돼 <일요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었다. 결국 유 회장이 기자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이거풀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무렵 집을 옮겼다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유 회장 전세 아파트 파문’과 관련해 포스코측에선 “공금유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전세돈도 회사로 환수될 것이고, 아파트 비품 역시 마찬가지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사택 입주자는 내부규정상 임원이나 직원, 회사에서 지정한 자가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유 회장에게만 혜택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전임 최고경영자였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나 정명식 전 회장, 그리고 유 회장 자신도 취임후 5년 동안 회사 자금으로 서울 지역에 사택을 마련한 적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는 포스코측에서 유 회장의 사택을 얻어준 이유에 대해 “유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기자들이 집으로 몰려와 집에 귀가를 할 수 없었던 점과, 유 회장의 출퇴근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되는 점을 고려해 사택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