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세븐페스타 예정 지역 바로 옆에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이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2011년 개장한 아울렛으로 신세계의 파주프리미엄아울렛과 더불어 파주시의 양대 아울렛으로 꼽힌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서울시, 고양시 등 도심권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파주 세븐페스타까지 들어서면 그야말로 ‘롯데 구역’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롯데쇼핑은 2014년부터 수년에 걸쳐 파주 세븐페스타 부지를 매입했다. 다만 롯데쇼핑은 해당 부지들의 매입을 완료하지는 않았고, 가등기권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등기권자란 매매 등을 예약해 놓고 본등기를 신청하기 전 상태를 뜻한다.
파주 세븐페스타 부지. 뒷쪽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이 보인다. 사진=박형민 기자
파주 세븐페스타는 2017년 개장 예정이었지만 현재 이곳에는 논밭 외에 특별한 건물이나 시설물은 보이지 않는다. 2015년 초, 파주시가 파주시 발전종합계획에 세븐페스타 사업을 포함해 행정안전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행정안전부가 관련 사업을 반려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파주시와 롯데쇼핑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세븐페스타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듯하다. 롯데쇼핑은 정부의 반려 이후에도 인근 토지를 매입했다. 2017년에는 운정신도시 주민들이 세븐페스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파주 지역 분양업체들은 최근까지도 “인근에 파주 세븐페스타가 건설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 파주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세븐페스타 부지에 대규모 산업단지는 아니더라도 신규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A 씨는 “놀이공원이 들어선다는 말이 있는데 롯데월드만큼의 규모는 아니고 놀이기구를 몇 개 가져다 놓은 작은 테마파크가 들어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주시청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게 없는 걸로 알고 있으며 사업주체(롯데쇼핑)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시에서 협조를 해주든가 하는데 딱히 움직임이 없다”며 “롯데쇼핑이 물밑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없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손배찬 파주시 의원은 파주시 도시산업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세븐페스타 사업은 진행이 되다가 거의 일몰된 성격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운정신도시 시민들이 (사업을) 빨리 진행해 달라는 부분으로 나가고 있는데 오히려 롯데쇼핑 측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파주시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김홍식 파주시 도시균형발전국장은 “행정안전부 발전종합계획에 포함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과 주민들 간 협의가 이뤄진다면 도시개발사업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협의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은 17조 8208억 원으로 2017년 18조 1799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롯데쇼핑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 등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큰 손해를 입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은 17조 8208억 원으로 2017년 18조 1799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일요신문’은 롯데쇼핑의 입장을 듣고자 지난 6일부터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롯데쇼핑 홍보실 관계자들은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만 한 후 10일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
롯데쇼핑이 입장을 밝히지 않아 세븐페스타 사업 의지가 얼마만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거창하게 협약식을 맺었고, ‘사업포기’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도 않았으면서 누구하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세븐페스타 부지는 사실상 5년째 방치된 상태다. 과거 이곳에는 수많은 비닐하우스가 있었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부지 일부만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파주 세븐페스타 사업이 장기간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당시 롯데쇼핑에 부지를 매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쇼핑에 부지를 매각한 B 씨는 “시간이 지나 세법이 바뀌면서 자경농을 하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양도소득세 폭이 좁아졌다”며 “또 대토(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이 수용토지 인근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구입하는 것)를 통해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아야 하는데 롯데쇼핑이 가등기상태에서 등기이전을 하지 않으니 이마저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롯데쇼핑은 세븐페스타 부지를 일괄 매입하지 않고 수년에 걸쳐 사들였다. 이에 기존 토지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B 씨는 “롯데쇼핑이 비교적 최근까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땅값이 올라가 최근 매각한 사람이 기존에 매각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으니 우리도 더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적극적 행보 롯데…신동빈 회장 재판은 부담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소해 경영에 복귀했다. 복귀 직후 신 회장은 5년 간 5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가 하면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를 롯데지주에 편입시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지만 신 회장이 대법원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은 롯데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면세점 특허권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배임·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향후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 롯데그룹의 향후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으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기소만 돼도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게 관례”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