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 (사진=대구시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대구시가 대구통합신공항 후보지 연내 확정을 목표로 잰걸음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통합이전 반대 시민단체들의 찬반 주민투표 요구가 거세다. 민간공항인 대구공항 존치을 원하는 시민들이 많고, 이전 여부가 시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공항이전이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법 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이들 단체에게 회신하면서 법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절대불가’란 대구시 입장과는 달리 공항이전 정책을 추진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지키기 운동 본부(시대본)’와 ‘남부권관문공항재추진본부(남추본)’는 지난 15일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사업과 관련, 대구시에 ‘민간공항 이전 주민투표 실시 촉구서’를 전달했다. 이 같이 ‘줄 사람 의견도 물어봐야 한다’는 요구는 지난 대구시장 선거를 전후해서도 여러 차례 제기돼 온 바 있지만, 실제 이 같은 촉구서를 직접 시 민원실로 접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대본과 남추본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으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주민투표법 7조 1항을 들었다.
이들 단체는 또 “대구공항이 국내 유일의 도심공항으로 최근 국제선 이용객이 국내선 이용객을 추월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구의 신성장 동력인데 왜 잘나가는 공항을 옮기느냐”는 주장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해 시대본이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대구시민의 72.7%가 민간공항인 대구공항은 존치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공항은 한번 옮기면 다시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임기가 제한된 시장이 백년대계를 독단적이며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가 대구통합신공항을 미주 유럽노선이 취항하는 관문공항 혹은 항공물류허브공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은 과대 포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도한 재정부담으로 대구시가 파산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투표는 대구시장의 직권 또는 대구시의회의 청구, 주민투표 청구권자의 17분의 1(대구의 경우 12만여 명) 이상이 요구할 경우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주민투표법 7조 2항’을 들어 주민투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주민투표법 7조 2항 2에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공항이전은 국가사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구시의 답변에 대해 이들 단체는 “국가 사무라고 하더라도 시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주요시설이고, 대구시가 군사공항 이전지 주민에 대한 지원비를 책정하는 등 책임지고 추진하는 사업은 당연히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대구시의 주장은 어불성설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항이전 사업에 따른 도시계획 변경, 후적지 개발, 신공항 건설 등의 전 과정을 대구시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형기 남추본 상임대표(경북대 명예교수)는 “국가사무라도 성격에 따라 달리 파악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 특히 대구공항은 대구시민들이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시설로서 당연히 해당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물어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임대윤 시대본 공동대표도 “대구시가 재정부담과 사업시행의 모든 책임을 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국가사무란 이유로 주민의견은커녕 공론화 과정까지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헌법소원 카드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구통합신공항을 최대 현안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일관되게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권 시장은 “대구공항을 이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군공항 전투기 소음 때문에 불가피하지만, 군공항만 이전하는 것을 어느 지자체들이 받아들이겠느냐”면서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군공항만 이전할 수 있는 묘책을 지금 당장에라도 줄 수 있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공항이전이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00% 안 된다는 말은 팩트가 아니다. 국가사무라도 실시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 8조 1항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廢置)·분합(分合)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미리 안전행정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항 이전인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이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해 대구시장에게 필요한 경우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민항인 대구공항과 군공항인 K-2를 모두 이전하자는 것인데, K-2군공항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국방부가 추진한다. 국방부는 이미 이전지역 주민투표 실시를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명기하고 이전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21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현행 주민투표법 상 공항이전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구시 주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국가사무라도 ‘8조 1항’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가 K-2군공항 이전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와는 다른 형식의 주민투표로 ‘국방부 장관의 요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의 경우 국토부가 민간공항 이전 법률 절차를 무시하고 부처간 합의로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이전지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시민단체가 국토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민항인 대구공항 이전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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