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스페셜 캡쳐
26일 방송되는 ‘SBS 스페셜’은 부검실 한 달의 기록을 담는다.
비밀에 싸인 부검실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찾아올 고인을 기다리는 ‘산자’들이 있었다. 죽은 자들에게만 허락된 공간, 그곳을 지키는 산 자들을 가리켜 우리는 법의관이라 부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 원장 서중석 씨는 “그분들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게 만약 억울한 거라면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줘야죠”라고 말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법의관들은 부검을 통해 고인이 몸에 남긴 메시지를 찾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 혹은 억울한 사연을 듣는다. 법의관들은 이 과정을 통틀어 삶의 마지막 진료, 죽은 자와의 마지막 대화라 말했다.
부검대 위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는 법의관의 눈빛이 매우 무겁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하홍일 씨는 “옆에서 보면 미친 사람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든가 그런 얘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대부분 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얘기죠”라고 말했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중년 남성의 사망요인은 다름 아닌 폐결핵이다. 그와의 오랜 대화를 마친 법의관은 말한다.
“폐결핵이라는게 치료가 가능한 범주에 들어가긴 하거든요. 안타깝게도 병원에 가시지 못한 그런게 있었던 거 같습니다.”
법의학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죽음이란 삶의 끝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부검을 통해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를 예방하여, 남은 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 죽음이 단지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법의관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우리의 삶을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부검실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