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 등을 종합한 결과 밸류인베스트가 사실상 최대주주인 인터넷 관련 업체 A 사에 700억 원대에 달하는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밸류인베스트와 A 사의 관계가 조명을 받고 있다.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오른쪽).
밸류인베스트 사기사건 주범인 이철 씨는 각각 7000억 원과 20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7000억 원대 사기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이 씨에게 원심(징역 8년)보다 무거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와 별도로 2000억 원대 사기 혐의 등과 관련해서도 이 씨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밸류인베스트는 2014부터 2016년까지 매해 한 차례씩 전도유망한 A 사에 투자하면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총 550억 원을 모집했다. 밸류인베스트는 투자금을 지급하면 피투자자로부터 20%를 수수료로 챙기는 문제 소지가 다분한 영업방식을 고수한 점을 감안하면 A 사에 투자된 금액은 실제로 400억~4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밸류인베스트 전직 간부 B 씨는 “나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 A 사 사이에 오고 간 자금의 내역을 확인한 바 있고, A 사에 대한 투자자였다”며 “실투자액을 포함해 밸류인베스트에서 A 사로 흘러간 자금은 총 700억 원 정도로 실투자액을 제외한 250억 원 이상 향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 중에는 개인계좌로 흘러간 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당국이 계좌들을 샅샅이 추적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사 측은 “이제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당시 밸류인베스트는 회사의 대여금 계정과 투자금 관련 계정에 복수의 피투자업체들에게 제공한 내역들이 명확하게 표기해 관리하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당사에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일축했다.
밸류인베스트 피해자연합 등은 검찰 수사기록에서 제시한 500억 원대 금액이 밸류인베스트와 A 사간 자금 흐름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 사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A 사의 경영 상태를 살펴보니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1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이기간 누적 당기순손실만 800억 원이 넘었다.
A 사가 순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연 매출은 지난해 52억 원을 비롯해 항상 당기순손실이 매출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적자 경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찌감치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A 사의 이기간 자본금 규모는 16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지분구조를 볼때 A 사는 밸류인베스트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회사 대표인 C 씨가 A 사 지분 18%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밸류인베스트 측 지분은 30%대 후반이다. 밸류인베스트는 A 사 지분 15%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 외에 밸류인베스트 측이 일반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모집을 위해 설립한 두 개의 개인투자조합이 각각 10% 안팎의 A 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 사는 복수의 기업들에게 투자해 수익을 내던 밸류인베스트로 투자금을 유치한 것일 뿐 절대 부적절한 자금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또한 A 사는 이미 검찰과 국세청의 관련 조사를 받았으며 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A 사 고위 관계자는 “당사와 같은 업종은 특성상 명확한 사업 포지션과 지배력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초기에 시장 점유 확대와 시행착오 등까지 겹치면서 막대한 적자를 냈던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며 ”당사는 그간 기술 개발과 사업 안정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세계적인 기술과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곧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의 주주는 밸류인베스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주주 구성은 1000여 개인투자자와 단체에 달하고 있다”며 “국내외 기관, 창투사, 세계 유수의 기관 등이 당사의 주주를 구성했거나 주주 참여를 논의중이다“라며 당사가 부실기업이라면 창투사나 기업들이 이런 회사에 투자할 때 얼마나 많은 분석과 실사를 하는데 어떻게 투자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주주인 밸류인베스트에게 투자를 받으면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밸류인베스트는 투자금의 20%를 선수익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계약 이행에 따라 위반시 지분을 가져가는 영업방식을 취하면서 당사의 사실상 최대 주주가 됐다. 밸류인베스트에서 보유한 지분을 다른 기관에서 매수하는 것을 검토해 추진중이다. 밸류인베스트를 통해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고 수익을 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