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두 재판 모두 이철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향법’ 소속 변호인단이 항소심에서 주장한 항소 이유 논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향법은 검사가 공소제기한 2만 건이 넘는 사기죄 전체에 대해 모두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공소제기는 무죄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 출입문. 사진=고성준 기자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포함된 대형 사기사건 재판에서 매우 이례적인 변호 논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투자자나 피해자가 일정 수를 넘는 사기 혐의 수사에서 검찰이 모든 투자자나 피해자를 불러 일일이 조사하는 사례가 없고, 재판부도 이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투자자는 수만 명에 달한다.
이 씨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업체 밸류인베스트코리아를 설립해 7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 사기 혐의 등으로 2015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정진원 부장판사)은 1심에서 이 씨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했고, 이 씨가 불복하면서 현재 같은 법원 항소부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업체라고 홍보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범 아무개 씨에게 징역 3년, 공모자 5명에게 징역 2년, 1명에게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또한 향법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전액을 실제로 투자처에 투자했고, 투자자들의 실체 피해도 거의 없다. 피고인은 투자금이나 회사 돈을 단 한 푼도 횡령한 바가 없고 동종 전과도 전혀 없다”며 “원심을 파기해 피고인 이철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사기 혐의 및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주고 일부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운 바 관대한 처분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향법 관계자는 “증거재판주의(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철 씨를 변호하고 있는 향법 소속 변호인단은 심재환, 이재화, 이정희, 하인준, 이윤주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향법 외에 복수의 변호인단이 재판에서 이철 씨 변호를 맡고 있다.
한편, 향법의 항소심 변호 논리를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편에 선 사람들이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 등에서 “1심 판결문에 피해자가 아닌데 피해자로 기록된 투자자들은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피해자의 존재 유무가 항소심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라면서 투자자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철 씨의 모든 사기죄 혐의를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는 향법 측의 항소심 변호 논리는 대형 사기사건에서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철 씨 등에 대한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투자금을 하나의 계좌에 통합해 회사의 운영비와 투자금을 혼합해 사용했다. 새로운 투자 종목의 투자금으로 모집된 금원으로 기존 투자 종목의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면서 수익 발생을 가장한 후 수익금을 지급받은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기망했다”며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되지 않아 많은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조희팔 사건, 주수도(제이유) 사건, IDS홀딩스 사건 등 대형 사기사건에서 모든 투자자들과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해 범죄 증거를 일일이 수집해 기소한 사례는 없다”며 “그렇게 한다면 수사 착수부터 기소에만 걸리는 시간이 무한정으로 길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동일한 수법으로 수 만명이나 되는 피해자에게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피해자의 돈을 편취한 사건이고, 각 피해자마다 범행의 수법이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검찰수사의 한계로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다. 누락된 피해자와 피해 금액을 추가해 추가 기소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