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15일 오후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홍콩인의 대만 인도를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홍콩 정부는 주장해 왔으나, 대만 정부는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은 원치 않는다며 범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은 “정부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들어야 할 것”이라며 “나는 슬픔과 후회를 느끼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겸허하게 비판을 듣고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는 보류될 것이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일정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해당 법안의 허점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시위대 측에 비판적인 태도를 확인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한다.
지난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어 12일에는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홍콩 재야단체 등은 일요일인 16일에도 10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검은 대행진’ 시위를 열어 송환법 추진과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홍콩 정부의 법안 연기 발표에도 이 시위는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홍콩 민주파 인사들은 법안의 완전한 철회뿐 아니라 경찰의 과잉 진압 사과, 람 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또 홍콩 정부의 법 개정 연기가 ‘적의 공격을 늦추는 계략’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