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이수화학이 ‘대우 파편’을 맞았다. 사진은 김상범 이수화학 회장 과 부인 선정씨. | ||
대신생명 인수전에 나선 이수화학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수화학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돈인 김준성 전 국무총리 일가족이 경영하는 기업.
현재 이 회사는 김 전 총리의 아들이자 김 전 회장의 사위인 김상범씨가 최대주주(전체 지분의 7.4%)이면서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87년 12월 김우중 전 회장의 맏딸 선정씨와 결혼했다.
이수화학이 대우사태의 파편을 맞게 된 것은 최근 대신생명 인수전에 나서면서. 대신증권그룹 계열사인 대신생명 인수전에는 현재 이수화학과 녹십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경합중이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른 이 인수전에서 이수화학의 대주주이자 김상범 회장의 부인인 선정씨 부분이 이 회사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대신생명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대우사태의 책임을 들어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딸인 선정씨가 보유중인 이수화학 지분에 대한 환수작업에 나선 때문. 선정씨는 현재 이수화학의 지분 6.08%(58만1천3백88주)를 보유, 남편 김상범 회장에 이어 개인 최대주주다.
이에 앞서 예보와 대우 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는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 환수 차원에서 선정씨가 소유한 이수화학 주식에 대해 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예보측이 선정씨를 상대로 주식반환소송에 나선 것은 선정씨가 보유중인 이수화학의 주식이 김우중 전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데다, 이양시기도 대우 부도 직전인 지난 98년이었다는 점 때문.
김우중 전 회장이 그룹 부도 직전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정씨에게 이수화학 주식을 넘겨주었다는 게 예보와 자산관리공사측의 주장인 것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예보측은 지난 3월5일 금감위에 ‘대신생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이수화학이 보험업 진출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예보측이 문제를 삼는 것은 현행법상 보험사 주요 출자자 요건에 ‘건전한 신용질서 및 금융거래 질서를 저해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특히 예보측이 현재 추진중인 대신생명 매각방식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는 기업이 별도 보험사를 설립해 대신생명의 자산, 주식을 일괄 인수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대신생명 인수자로 선정되는 기업과 인수기업의 대주주는 기존 보험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신규 보험업에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 설립 자격요건상 하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대주주인 선정씨가 주식반환소송에 걸려 있는 이수화학이 대신생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하자가 있다는 게 예보측의 주장.
예보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금감위의 의견이 나오는 대로 대신생명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이 불거지면서 재계와 금융업계의 관심은 부실 기업에 대한 책임을 사돈기업도 져야 하느냐로 번졌다.
이수화학의 경우 원래 대우 계열사였지만, 지난 80년대 이후 사실상 분리돼 현재는 김우중 전 회장의 사위인 김상범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표면상 이 회사는 김우중 전 회장이나 대우그룹과는 전혀 무관한 회사인 것.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수화학이 사돈기업인 대우 부실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선정씨가 김우중 전 회장의 딸이어서 도덕적인 책임을 느낄 수는 있지만, 사돈기업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반면 예보나 자산관리공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예보 관계자는 “선정씨가 보유한 이수화학 지분은 사실상 김 전 회장이 넘겨준 은닉재산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소송중인 선정씨의 이수화학 주식반환 문제가 어떻게 매듭되느냐에 따라 대신생명 인수전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