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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은 상당수 핵심 삼성맨의 이탈현상 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 ||
지난 6월5일 오후 3시, 삼성맨의 요람으로 불리는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 홀에는 비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전날 밤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폴란드를 2 대 0으로 완파해 전국민이 흥분하고 있던 이날 이곳에서는 삼성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인재전략 사장단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경 워크숍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은 “앞으로 5~10년 후 (삼성이)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키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이어 “전국민이 축배를 들어야 하는 오늘 이런 모임을 갖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나는 지금 전율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은 이 회장의 긴급 제안에 의해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이날 인재전략 워크숍 개최 사실이 전해지자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회의내용과 배경 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내고 있다.
우선 재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이 왜 느닷없이 인재확보를 강조하고 나섰느냐는 점. 삼성의 경우 창업 당시부터 ‘인재제일주의’를 사시로 내걸 만큼 인력확보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실제 어느 기업보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했다.
그런데도 새삼스레 사장단 긴급 회의까지 열어가며 이 회장이 직접 앞장서 ‘인재확보’를 강조하고 나선 부분에 대해 재계는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재계 분석가들은 이에 대해 ▲삼성맨 의식 해체 ▲삼성 제일주의 복원 ▲조직의 관료화 방지 ▲테크노매니저 양성 등의 복선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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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밝힌 삼성본관. | ||
그러나 IMF사태로 임직원의 30% 정도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삼성을 자의반타의반으로 떠나면서 기존의 직장관이 크게 흔들렸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도 별 수 없다’ ‘우리 살길도 찾아야 한다’는 등의 자괴감이 팽배했다.
이 같은 자괴감은 생산성 저하를 초래해 그동안 삼성이 닦아온 기업디그니티(회사명성)마저 위협을 받았다. 상당수 우수한 임직원이 삼성을 떠난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이었다.
삼성 일부 계열사의 경우 능력있는 중견 간부급 사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머리와 꼬리는 있는데, 허리가 없다’는 말까지 오갈 정도였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그룹의 한 핵심 인력담당 관계자는 “이 같은 중견급 인력의 이탈현상은 ‘삼성맨 의식’을 약화시켜 그룹 전체의 조직이 골다공증 현상을 빚게 했다”며 핵심인력의 엑소더스가 가져온 부작용을 전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말부터 그룹 내 인력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했다는 것. 당시 이 회장은 구조본 인사팀이 제출한 인력보고서를 보고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매우 놀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구조본 내 인사팀과 재무팀, 그리고 감사팀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쇄신책을 마련했다는 것. 그룹 전체 임직원에 대한 상세파일을 만드는 것과 조직내부의 관료성 및 부패성을 과감히 척결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방안은 지난해 1차로 해외 우수인력 공채 등에 적극 나서 인재확보의 틀을 마련하는 한편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의 고위층까지 포함한 임직원의 비리를 밝혀 퇴출시키는 작업으로 구체화됐다. 이들 두 가지 작업은 당시 그룹 안팎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는 인재확보 계획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은 “선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중시되는 인재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며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들도 “삼성의 인재확보 프로그램은 향후 재계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공계를 기피하는 등 기술인력이 부족한 국가 전체의 교육시스템에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