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M·K 의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K·S 의원 주최로 ‘크라우드 펀딩’ 관련 토론회를 열렸다. 그런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이 토론회에 패널 자격으로 이철 씨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2월 크라우드 펀딩 토론회. 사진=국회의원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이철 씨가 2011년 설립해 경영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금융투자 업체라고 홍보하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였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토론회 책자에 따르면 주최 의원들의 인사 말 뿐만 아니라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축사까지 수록돼 있었다. 신제윤 위원장은 축사에서 “우수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살리고 창업과 사업화 등으로 연결시키는 혁신적인 경제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 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가 제도의 바람직한 정립 방향을 모색하고 제도 법제화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가 이런 중량감 있는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당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많은 투자자들이 이를 믿고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토론회에는 이철 씨 외에 A 금융위원회 과장, B 금감원 팀장, C 인하대학교 교수, D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 기업인 등도 패널로 참석했다. 문제는 당시 주최 측 네 명의 국회의원실과 금융당국이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인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 대표를 패널로 불렀다는 점이다.
주최 측 의원실 복수의 관계자들은 “당시 크라우드 펀딩 제도 입법화가 국회 정무위의 화두였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던 상황이라 회사 대표를 패널로 불렀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패널로 참석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주최 의원실 쪽에서 토론회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참석을 권유해 왔다. 정무위 피감기관인 금융당국 관계자로서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금융당국이 토론회를 주최했다면 패널들의 면면을 조사했을 것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인가 여부도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행사 준비를 의원실 쪽에서 해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철 씨는 토론회가 열린지 8개월 후인 2015년 10월 7000억 원대 사기·유사수신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같은 해 11월 기소됐다. 그러나 2016년 4월 1심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을 앞두고 법원에서 보석이 허가돼 풀려났다. 이 씨는 보석 중에도 추가로 2000억 원 규모의 사기·유사수신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2016년 9월 다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이 씨는 7000억 원대 사기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데 이어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이 씨는 2000억 원대 사기 혐의와 관련해선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토론회 좌장과 패널에 이철 대표의 이름이 보인다. 사진=일요신문DB
이 씨가 정치권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행각들은 비단 토론회 사례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에게 6억 2900만 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2016년 4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특히 이 씨는 직접 총선에 출마하려고도 했었다. 그는 2010년 창당한 국민참여당에 몸담아 정당인으로 활동했고, ‘의정부 을’ 지역구 출마를 위해 의정부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2011년 12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합당하며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이 씨의 총선 출마 길이 막히게 됐다.
또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지하는 인터넷 밴드인 ‘임종석을 사랑하는 모임(임사모)‘에 밸류베스트코리아 투자심사역 출신인 F 씨가 서울 강북권 전역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때 이 씨의 측근이었던 G 씨는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 측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밸류인베스트코리 측은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매진했던 이철 대표 등의 대법원 파기환송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전방위에 걸쳐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