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범행 당시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등 사실상 범행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지검은 7월 3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유정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범행과 관련된 사진 3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장은 전남편 강 아무개 씨를 살해한 당일인 지난 5월 25일 펜션에서 촬영했다. 나머지 1장은 범행 사흘 뒤인 5월 28일 촬영됐다. 이날은 고유정이 제주도를 빠져나가면서 탑승한 완도행 여객선 안에서 훼손된 시신을 버린 날이다.
범행 당일 촬영된 사진 가운데 첫 번째 사진에는 범행시간으로 보이는 오후 8시 10분을 가리키는 벽걸이 시계와 함께 오른쪽 하단에 강 씨의 신발 등이 함께 찍혔다.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작은 가방)가 놓여 있는 장면이 찍혔다. 검찰은 고유정이 강 씨를 살해한 시각을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오후 8시 54분께 촬영된 나머지 한 장에는 완도행 여객선 5층 갑판에서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여행용 가방이 담겼다. 고유정은 이후 오후 9시 29분부터 43분까지 주변을 살피면서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봉지를 꺼내 5분간 버렸다.
검찰은 이 사진 가운데 두 번째 사진은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인 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범행 당시 미리 구매한 수면제인 졸피뎀을 카레라이스와 음료수 등에 넣어 강 씨를 잠들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엔 숨진 강 씨의 혈흔이 발견됐는데, 여기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는 현 남편의 진술이 있다”며 앞서의 사진 3장을 유의미한 증거로 특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유정은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 아무개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검찰은 지난 1일 20일간 이어진 수사를 마무리하고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