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좌)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일요신문DB)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 정치1번지 수성갑이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대권도전 전초전 성격의 빅매치가 점쳐지는 이 곳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같은날 비슷한 시각에 기자간담회와 지지자 모임을 동시에 열면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김 전 비대위원장의 지지모임인 ‘TK(대구·경북) 징검다리포럼’ 창립을 두고 같은 당 내에선 서울TK-토종TK간 신경전도 커지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 12일 낮 시내 한 식당에서 있은 지역기자 오찬에서 내년 총선 준비를 공식화 했다. 그는 “대구 민심이 어렵다. 지난 두 달 반 동안 지역구를 돈 후 이제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면서 “지역 이슈를 중심으로 상황을 잘 파악해 해결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이같이 일찌감치 총선 준비를 공식화 하고 잰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앞서 돌아본 지역 민심이 생각보다 냉냉했다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TK 홀대론’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김 의원의 지역구에선 “중앙에 있으면서 TK를 위해 뭐 했냐”는 원성이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초 고성 산불현장에서 민방위복을 입은채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넘겨주고 서둘러 지역구로 돌아와 12개 동주민센터를 돌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대언론 스킵십도 강화하고 있다.
지역민심과 관련,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대구·경북 민심과 수도권 민심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내년 총선에 TK 모든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를 내는 게 목표”라며 자신감 또한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최근 지역 유력 일간지의 여론조사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매일신문이 창간 73주년을 맞아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TK를 이끌어 갈 대표 정치지도자’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1위를 차지했다. 빅매치가 점쳐지는 김 전 위원장은 제일 적은 점수를 받은 같은 당 주호영 의원 보다 한 단계 앞선 7위에 머물렀다.(대구·경북 만 19세 이상 남녀 2800명 대상·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2%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의원은 또 “대구·경북은 한국당 지지율이 50%, 민주당 지지율이 25%에 달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비율만큼 (의석을)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과의 대결구도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같이 알고 지냈던 사이라 서로 조심스럽다”면서도 “나오거든 그때 보자”며 애써 맞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 오찬에 앞서 10일에는 대구혁신창조경제센터에서 지역 유망 청년 스타트업 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시작으로 12일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직장인·청년들을 위한 저녁 주민간담회 및 의정보고회, 13일 김광석 소극장에서 ‘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제2회 정책포럼 강연, 같은날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민주당데이 연이어 얼굴을 내미는 등 총선을 향한 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이 13일 있은 민주당 대구시당 주최 ‘민주당 데이’에 참석 조속한 추경예산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팅 퍼포먼스퍼포먼스를 함께 펼치고 있다. (사진=김부겸 의원실 제공)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지지모임인 ‘대구경북 징검다리포럼’ 발대식을 갖고 세를 과시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 날 ‘한국 보수의 미래’를 주제로 한 패널 대담 중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 ‘TK 홀대’ 부분에서는 잠시 눈물을 머금으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대구 수성갑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직접 언급은 피했다.
그는 대구 수성갑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제 고민이 출마하느냐 안 하느냐, 어디에 출마하느냐까지 가지 않았다”며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파행을 어떻게 하면 보수정치권이 막아낼 것이냐에 있다”고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 달라 하면 당연히 따르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고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수권 전체에서 제가 어디에 출마하느냐, 당선되느냐 여부가 뭐 그리 큰 문제냐”고 반문한 뒤 “나라 경제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외교는 목적의식과 의제가 분명하지 않아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어떻게 막아낼 거냐, 이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대구를 다니며 느낀 감정을 묻는 패널 질문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금 대구가 울고 있다. 제 마음이 무겁다”며 긴 한숨을 토하며 잠시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국채보상운동부터 대구가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기존의 틀을 깨는데 앞장서 왔는데 어느 순간 적폐 꼴통 소리를 들으며 시대에 역류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소리도 못내고 울고 있는 대구와 대구시민들을 만나면 무거운 감정을 느낀다”고 살짝 울먹이기도 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2일 대구시내 한 호텔에서 있은 ‘대구경북 징검다리 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함께 했다. (사진=일요신문DB)
내년 21대 총선에서 수성갑 탈환을 노리는 한국당이 김 의원의 저격수 역할을 할 거물급 인사를 공천할 것이란 애기가 돌면서 같은 당 내 주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정순천 수성갑 당협위원장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 한국당의 내년 총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수성구청장은 12일 있은 김 전 위원장의 TK 징검다리포럼 창립을 겨냥해 “대권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라고 쏘아붙였다. 성명에서 그는 “내년 21대 총선에서 또다시 수성갑에 낙하산 공천을 한다면 ‘2016 시즌2’가 될 것이란 얘기가 항간에 파다하다”면서 “내년 총선을 당의 승리보다 오직 대권도전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보겠다는 계산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철룰도 정해지기 전에 자기정치를 위한 험지출마, 공천지분 운운 또한 정치공학적 구태에 불과하다”고 했다.
13일부터 펼쳐지고 있는 수성갑 당원의 낙하산공천 반대 서명운동을 두고 이 전 구청장은 “지역 민심을 반영한 애당심의 발로”라고 했다. 그는 “지역민심과 동떨어진 속셈을 수성갑 자유우파 유권자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면서 “수성갑은 더이상 보수의 험지가 아닐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상향식 경선의 예외를 주장할 특권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의 새누리당 공천 실패가 총선 패배로 귀결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좌파정권 탄생으로 이어졌음을 당원들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서울TK를 탐탁잖게 여기는 같은 당 정치권 한 인사는 “서울에서 실컷 생활하다 총선만 되면 내려온다. 서울TK가 토종TK를 얕잡아 보는 처사인데 이를 대구 유권자들이 곱게 받아줄지는 의문”이라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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