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회사 중의 하나인 LG칼텍스정유가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을 뿐더러 시민단체쪽에서는 LG그룹이 지주회사 출범에 발맞춰 내놓은 ‘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 구조본 기능의 지주회사 이관, 정도경영태스크포스팀(TFT) 신설’이 오히려 그룹 구조본의 역할을 이름만 바꿔 확대시킨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게다가 LG그룹의 주요 핵심사업 중의 하나인 금융사업군인 LG카드나 LG투자증권의 경우 금융회사인 탓에(주)LG의 자회사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 LG그룹의 야심찬 지주회사 체제 선언이 안팎의 걸림돌에 삐걱이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한 행사에 참석한 구본무 회장(왼쪽). | ||
먼저 LG칼텍스정유 문제. LG칼텍스정유는 외국 합작선이 50%의 지분을, 나머지는 국내 자본이 합작한 회사이다. 문제는 지주회사법상 비상장 기업의 경우 지주회사가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주)LG는 LG칼텍스정유의 지분 49.38%를 갖고 있다. 나머지 0.17%(4만4천2백57주)는 D사의 회장 아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 설립 당시 갖고 있던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
LG쪽에선 이 지분을 매입해야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D그룹 회장 아들이 지분 매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 LG쪽에선 최근에도 이 개인대주주를 찾아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주식이라 절대 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지난 2일로 공정거래법상 허용된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났다는 점. (주)LG는 꼼짝없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아야 할 판이다.
LG지주회사 출범 뒤 일어난 또 하나의 논란은 그룹 구조본 확대개편 논란이다. LG는 지난 3월1일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뒤 지난 3월25일 그룹구조본 해체를 공식선언했다.
이미 구조본 소속 상당수 직원들은 LG경영개발원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LG그룹에선 구조본을 해체한 뒤 구조본 기능을 (주)LG와 정도경영태스크포스팀, LG경영개발원에 이관시킨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3월 이슈리포트를 통해 LG가 사실상 그룹 구조본을 확대개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단체의 김선웅 변호사는 LG그룹의 ▲구조조정본부 기능의 지주회사 이관 ▲정도경영 TFT 신설 등이 구조조정본부 시절에 비해 이름만 바뀌었을 뿐 조직과 역할은 오히려 확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되어 있는 상황에 이해가 상충될 경우 결국 지주회사의 주주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LG는 상장회사인 자회사의 경우 30%의 지분만 갖고 지주회사의 이해만을 관철시키는 데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이나 LG경영개발원을 동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LG는 정도경영태스크포스팀의 기능에 대해 ‘자회사 감사위원의 실질적인 활동지원 및 소액주주, 대주주를 위한 주주감시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를 위해 LG계열사들이 20여명의 인력을 함께 파견하고 연합하여 운영할 것이라는 것. 이는 사실상 구조본의 대명사격인 삼성그룹과 다를 바 없다. 삼성 구조본엔 계열사 직원들이 파견 근무하고 있다. 물론 월급은 각 계열사에서 받고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강유식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구조본의 보고라인이 회장이었다면 이 팀은 각 사의 이사회, 감사위원회에 보고를 하게 된다. 그동안 각 사 감사위원회는 하부조직이 없어 CEO 휘하에 머물렀고 내부 감사조직도 CEO 보좌역에 그쳤다. 이 팀이 활동하면 감사위원회는 CEO에 대한 견제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도경영TFT팀이 각 계열사의 독립적인 경영을 위한 지원조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 기존 구조본 기능의 일부를 가져간 LG경영개발원이 지주회사 편입에서 제외된 LG투자증권이 지분의 99.9%를 갖고 있는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은 구씨 일문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이다. LG투자증권의 입장에선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LG지주회사 자회사들을 위해 회사 조직과 인원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쪽에선 이 문제에 대해 “지주회사에서 제외된 LG투자증권이 LG경영개발원을 통해 그룹차원의 공동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현행 지주회사 규제의 핵심인 금융회사와 비금융사의 분리운용원칙을 회피하는 탈법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LG가 LG경영개발원을 그룹 경영에 이용하려는 행위 자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뒤에도 지주회사에 포함되지 않은 금융계열사 및 여타 계열사와의 관계를 그대로 가져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포장만 지주회사로 바뀌었지 사실상 과거 재벌 소유구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LG그룹이 재벌개혁의 모범답안으로 준비했던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키자마자 벌어지고 있는 이런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