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통 부에서 열린 정보통신의날 행사에서 진대제 정 통부 장관으로부터 홈오토메이션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참여연대에선 지난 4월24일 노무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가 있은 뒤 진 장관을 겨냥, ‘이해충돌 제거 않는 한 공직 자격 없어’라는 논평을 낸 이후 진 장관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경실련도 진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주식은 진 장관이 본인과 부인 명의로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 9천9백여 주. 현 시가로 보면 30억원대에 육박한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고위 공직자가 특정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 공직 수행과 주식 소유 사이에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시민단체는 또 “진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 소유 자체가 정통부의 단말기 보조금 정책결정 등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 장관은 시민단체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이로 인해 참여연대 관계자가 정통부 건물 앞에서 주식 매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게 됐다.
진 장관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5월12일 호주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식 매각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통부 장관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삼성전자는 정통부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모를 통해 샀던 KT 주식은 매각했지만 삼성전자 주식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재임기간 동안 주식거래를 전혀 하지 않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보유한 주식을 판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자꾸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통부에 최근 국정과제 추진지원단이 생긴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단순히 정보통신부 장관의 업무 영역을 넘어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관련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관가 주변에선 ‘진 장관은 통합장관이고 정통부 업무는 차관이 보고 있다’는 우스개도 돌고 있을 정도. 게다가 진 장관이 장관 부임 이후 내놓고 있는 몇몇 관심 프로젝트가 삼성전자와 깊숙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디지털 홈 1천만 가구 구축 프로젝트’다. ‘디지털 홈’이란 외부에서 냉장고나 에어컨 등 가전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고품질 쌍방향 TV를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이 경우 디지털 TV가 PC의 역할 중 상당부분을 가져오게 된다.
정통부는 오는 2007년까지 이 프로젝트에 2조원을 퍼부어 디지털 홈 구축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가을에는 디지털 홈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박람회도 정통부 예산 지원하에 열릴 예정이다.
▲ 참여연대가 정통부 청사 앞에서 벌이고 있는 1 인시위. 우태윤 기자 | ||
진 장관은 99년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서 일하다가 2001년 1월부터 삼성전자 정보가전 총괄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정통부 장관으로 오기 직전까지 일했다. 즉 디지털 홈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삼성에서 수행했던 것.
게다가 진 장관은 삼성 시절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씨의 ‘정보통신 분야 가정교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만큼 ‘실력있는 경영자’라는 의미다.
문제는 하필이면 디지털 홈 사업에서 필수불가결한 홈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회사가 이재용씨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서울통신기술은 지난 93년 2월4일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정보통신 전문업체로 홈네트워크 사업과 통신 회사를 상대로 설비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부터 정보화, 지능화를 위한 홈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해 삼성물산을 포함한 다수의 건설업체에 홈네트워크 관련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이재용씨(46.06%)이고, 2대주주는 삼성전자(30.30%)로 사실상 이재용씨 개인회사나 마찬가지.
정통부의 디지털 홈 구축 사업이 시작될 경우 최대 수혜자가 홈네트워크 사업자와 가전업체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 디지털 홈 구축을 위해 쌍방향 디지털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기본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다시 일 것이고, 이런 설비공사와 장비 납품업체들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자신이 삼성전자 정보가전 총괄담당 사장을 지낸 진 장관이 이런 메커니즘을 모를 리 만무하다.
‘이해 충돌’이 예상되는 사안은 또 있다. 지난 4월 중순 연합뉴스는 ‘정통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텔레비전을 이용하는 ‘TV 전자정부’에 대한 제안이 국민정책센터에 상당수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구체적인 정책방안이 수립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전자정부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에 반해 TV전자정부란 셋톱박스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 쌍방향 디지털 텔레비전 화면을 이용해 행정 민원을 해결하는 것. 이는 결국 디지털 TV의 보급과 셋톱박스 보급, 근거리통신망으로 연결된 홈네트워킹 사업의 동반 진출을 빼놓고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도 삼성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알티캐스트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13.04%), 삼성벤처투자(11.96%)가 주요주주. 삼성구조본 기획실장 출신의 지승림 사장(6.52%)도 지분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디지털 쌍방향 데이터 방송의 제작, 송출, 수신과 관련된 일괄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TV전자정부의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 사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모든 가전기기와 정보기기를 하나로 통합, 컨트롤하는 홈네트워킹 기술에 애정을 쏟고 있다. 앞으로 3년 뒤쯤 이 시장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홈네트워킹 시장은 꼭 진 장관이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형성될 시장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홈 구축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과 대추나무에 연줄 걸리듯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진 장관이 ‘단순히 삼성전자는 정통부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주식 매각을 거부하고 있는 점은 논란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병역문제와 과다 부동산 문제로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진 장관이 ‘장관직 사퇴’까지 요구받고 있는 이 같은 이해충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