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비맥주가 지난 4월 초 새 제품 ‘오비맥주’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하이트’의 아성에 정면 도전을 선언했다. | ||
지난 98년 6월 (주)두산으로부터 맥주 사업 부문의 지분 50%를 인수하며 국내 맥주시장에 뛰어든 인터브루사가 2001년 3월 카스맥주마저 합병한 뒤 첫 번째 제품을 내놓은 것.
이제 오비맥주는 두산의 지분 4.91%만 남아 있고 완전하게 인터브루의 자회사로 재탄생했다. 카스 합병 이후 2년 동안 재고자산 처리와 생산라인 조정, 국내 경영진 영입 등 몸만들기에 치중했던 오비맥주가 지난 4월 초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맥주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오비가 카스 인수 등 하이트를 뺀 국내 맥주업체를 모두 인수했지만 오히려 인수 뒤에 시장점유율이 계속 낮아져 왔기 때문에 오비의 반격은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오비맥주의 첫 제품은 의외로 전통의 ‘오비’란 브랜드를 들고 나왔다. 예전에는 동양맥주가 오비맥주란 브랜드를 쓴 적이 있지만, 인터브루로 주인이 바뀐 뒤에 상호를 오비맥주로 바꾸고 간판 제품명마저 오비맥주를 들고 나온 것.
오비는 맥주 소비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새 제품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 제품을 위해 오비맥주 소비자연구팀이 20~3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1천여 회의 실험을 했다. ‘부드러운 맛’이라는 광고 슬로건에 ‘목넘김이 좋은 진정한 맥주’란 카피가 탄생했다는 얘기.
이는 지난 93년 5월 하이트가 등장하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처지에 놓인 오비맥주가 내놓은 역전 카드인 셈이다.
오비측에선 “카스가 이미 젊은 소비자층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즉 오비는 ‘톡쏘는 맛’의 카스와 ‘목넘김이 좋은’ 오비 등 대조적인 두 가지 맛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을 ‘쌍끌이’하겠다는 야심이다.
▲ 오비맥주 이천공장 생산라인. | ||
카스는 비열처리 맥주만 생산하는 청원공장에서 만드는 것이고 광주나 이천 공장은 비열처리 생산공정이 없다는 것. 때문에 비열처리인 카스와 이천 공장에서 나오는 열처리맥주 제품을 함께 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오비맥주는 광주 이천공장에서 새로 만든 간판 제품을 위해 실탄 5백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오비맥주의 마케팅 비용 2백2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
이미 오비맥주의 데뷔전인 모바일 마케팅에서 1백만 캔의 오비맥주가 편의점을 이용하고 휴대폰을 쓰는 젊은 소비자들 손에 공짜로 건네졌고 이들의 전화번호와 이름은 오비맥주 마케팅팀에 접수됐다. 또 올해부터 실시되는 프로야구 경기장 내 맥주 독점 판매권도 오비에서 확보했다.
오비 홍보대행사에서는 출시 한달 동안 3백60만 상자, 7천2백만 병의 맥주가 판매되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20% 이상이던 오비라거가 단종되고 나온 제품인 만큼 이 기록으론 어떤 결과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긴 이르다.
경쟁업체인 하이트맥주에선 “오비 신제품이 나온 뒤에도 시장 상황이 바뀐 게 없다”고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이트가 처음 선보인 지 10년이나 지난 노후화된 브랜드라는 경쟁사의 주장에 대해선 “세계적인 브랜드치고 장수 브랜드가 아닌 경우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오비가 아이스-넥스-오비라거를 거쳐 10년 전의 오비맥주로 회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트에선 오비의 신제품이 시장점유율 60%대 진입을 눈앞에 둔 하이트를 겨냥하고 있지만 하이트의 기세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비가 인수 합병된 이후 계속 시장점유율은 떨어지고, 국내 마케팅 강화를 위해 지난해 1월 진로 출신의 영업통인 한기선 부사장을 영입한 뒤에도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 연말 하이트는 56.5%, 오비는 43.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하이트와 오비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는 것.
지난 93년 5월 하이트가 등장하면서 일대 변화를 치른 국내 맥주시장이 10년 만인 2003년 5월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오비맥주 브랜드가 재등장했다. ‘2003년 5월’의 10년 뒤인 ‘2013년 5월’이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를 재역전시키는 변동이 시발점이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