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건희 회장 | ||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시공한 싱가포르의 30층짜리 화교상공회의소 건물이 지반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건물 발주자의 클레임으로 완공하고도 최소한 석 달여 동안 건물 인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지난 1월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즈>나 <비즈니스타임즈> 등 현지 유력신문에선 “3백20만달러짜리 새 건물을 당국에서 정밀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건물의 시행자는 싱가포르 화교상공회의소와 캐피탈랜드 등 세 곳이었고 이들은 공사를 삼성물산에 맡겼다.
지난 2000년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삼성물산은 지난 1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건물주에 건물을 인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물이 기우는 조짐을 보이자 공사 발주처에서 인계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소동이 커지자 싱가포르 당국에서도 정밀진단을 한다며 통상적으로 완공건물에 발급해주는 건물 임시사용증 발급을 중지하고 입주자 진입을 막는 한편 정밀 진단에 나섰다. 그러자 싱가포르 언론들이 취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 2000년과 2001년 ‘말썽’을 일으켰던 삼성. 사진은 삼성이 지은 대구선, 부산신항만방파제, 준설토 투기장(위쪽부터). | ||
공사 발주처쪽에선 같은 구역에 지어진 다른 두 건물은 멀쩡한데 삼성물산이 시공한 건물만 문제가 생겼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발주처쪽에선 취약한 지반구조를 바로잡는데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삼성에서 건물을 완공한 뒤 6개월여간 이 건물을 발주처에 인도하지 못하고 그동안 미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까지 물어야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삼성물산의 부실 공사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는 점이고 유사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있었고, 이 사건에서 보듯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1년 삼성물산이 참여한 부산신항만 공사에서 연약지반을 강화하는 공정에서 시공불량 사항이 적발돼 말썽이 되기도 했다. 당시 부산해양청에서는 시공자들이 신공법을 채택하다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이후 공사비가 10% 정도 더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의 경우 2000년에는 시공을 맡았던 대구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등 유독 대형 공사장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징크스가 있다. 삼성쪽에선 싱가포르 현장의 경우 시공상의 문제에 대한 현지 언론의 질의에 침묵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에만 해외건설 수주액이 6억7천4백만달러에 이른다. 이중 싱가포르에서만 2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현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삼성 주변에선 싱가포르 현지에서 클레임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신용도를 의식해 “문제없이 해결해주라”는 지시를 직접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증시에선 건설사들이 대형 해외공사를 수주한다는 호재 발표에도 주가가 꿈쩍않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 공사 수주가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데다 싱가포르 현장 클레임 보강 공사의 예에서 보듯 앞에서도 밑지고 뒤에서도 밑지는 경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