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가 대형 국내 카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카드발 신용대란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카드업계에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희소식. 만약 GE가 국내 카드사를 인수하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국내 경제계에서 근래 보기 드문 초대형 사건이다.
카드채 위기로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국내 대형 카드사들은 대주주들의 증자 참여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카드채 규모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다 대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려해 난관에 봉착한 상태.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프리 이멜 트 GE 회장(왼쪽)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때문에 LG, 삼성, 국민, 외환, 현대 등 국내 대형 카드사들의 인수합병설로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지난 21일 1박2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하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등 국내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것은 GE가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멜트 회장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은 투자 매력이 많은 나라”라면서 “앞으로 리스, 부동산, 소비자 금융 등 자본시장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개해 GE의 한국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물론 GE는 지난해부터 한국 금융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미 자동차 할부 시장이나 리스 시장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GE캐피탈은 일반 소비자금융시장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보증보험과 부실채권 인수 관리 기업인 SGM을 설립하는 한편 이번 방한에서도 서울보증보험 박해춘 사장과 만나 구조조정전문회사(CRC)와 소비자정보회사(CIC)의 합작 설립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외연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금융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카드회사에 대한 GE의 인수 움직임이 가시화될 단계에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이멜트 회장의 방한 일정 중에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의 면담.
현대차가 2년 전 카드회사를 인수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데다 최근에 M카드를 출시하는 등 의욕적으로 카드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멜트 회장이 정몽구 회장과 만난 자리에 이계안 현대캐피탈·카드 회장이 배석했고 그 자리에서 이멜트 회장이 “캐피탈 사업을 한국에서 확대하는 데 현대차측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해 ‘현대차그룹과 GE가 제휴해 소비자 금융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 GE코리아는 “카드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어디라고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가에선 일단 모든 카드 회사들이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카드의 경우 매각 부인공시를 낼 정도로 인수 합병설이 올 들어 끊이지 않았고, 국민카드의 경우 국민은행 합병설로 노조가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은행계 카드 회사,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모회사인 우리금융그룹에서 GE측과 접촉하고 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카드의 지분 30%를 넘기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 하지만 5월 초 현재 가시화된 결과가 없다는 게 우리은행 쪽의 설명.
때문에 금융가에선 GE의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LG카드와 국민카드를 꼽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인 삼성그룹에서 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금융분야에서 사업축소를 하지 않을 뿐더러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은 카드사를 매각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 때문에 매각 가능성이 적다는 것.
때문에 카드사 빅3 중 나머지인 LG카드와 국민카드가 유력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 LG카드는 대주주의 증자참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5천억원 증자에 계열 분리를 앞두고 있는 인척 회사들이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시점에 증자가 겹쳐 증자 대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것. 이런 이유로 LG카드는 올 1분기부터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카드의 경우 합병이냐 독자 생존이냐를 두고 노조에서 독자 생존안을 대주주인 국민은행에 제출했다. 이럴 경우 새로운 대주주 영입 가능성이 열려있다.
국민은행도 국민카드 합병으로 인한 동반부실을 막을 수 있는데다 국민카드 노조 역시 국민은행에 합병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직원 퇴출 등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GE 주변에서는 GE의 기업 특성상 적어도 3위권 안에 든 기업, 특히 1, 2위권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GE가 자금력에선 세계 어느기업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뿐더러 해당 분야에서 1, 2등이 아닌 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도 똑같은 원칙으로 인수대상을 물색할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LG카드와 국민카드 인수설이 신빙성있게 퍼지고 있다. 게다가 이멜트 회장이 노 대통령의 방미 직후 우리나라를 찾았다는 점도 GE의 대규모 투자설(카드회사 인수)을 부추기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애초 지난 15일 뉴욕에서 있었던 코리안소사이어티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게리 로저스 부회장이 참석하고 이번에 예정에 없던 방한을 한 것.
부시 대통령 행정부는 싫고 좋음이 분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라크전에 군대를 파견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으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인 선물은 어느 정도 선에서 받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선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카드발 신용위기로 ‘7월 대란설’이 나오는 등 경제 전반이 폭풍전야처럼 긴장해 있는 상황에서 GE의 이멜트 회장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