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화재 건물 | ||
사실 이 부분은 공기업이던 한국자보를 동부그룹이 인수하면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 여기에 삼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울산석유화학과 영남화학도 동부그룹이 손에 넣은 대목은 그 같은 시각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지난 82년 이철희-장영자 사건으로 도산한 일신제강을 인수한 뒤에는 정치자금 헌납설까지 나도는 등 기업성장과정에 이런저런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7년에는 세풍과 관련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헌납했다는 얘기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 동부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김준기 회장이 큰마음을 먹고 인수한 아남반도체의 정상화 문제. 아남반도체의 인수로 동부그룹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인수과정에 지나친 그룹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까닭에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김준기 회장은 아남반도체 인수를 계기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획기적인 나름대로의 구상을 펴나가고 있다. 철강, 건설, 보험 등으로 짜여져 있던 기존 사업틀을 반도체, 철강, 금융 등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에 너무 많은 출혈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김 회장의 구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도 동부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이어서 쉽게 매듭을 풀어가긴 힘들어 보인다.
만약 그룹에 대한 금융지원 혹은 현재 김 회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는 외자유치 문제가 해결된다면 동부그룹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자금문제가 동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난제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김준기 회장의 아들 김남호씨에 대한 경영권 이양작업도 현안문제 중 하나다. 김 회장의 나이가 올해로 59세이긴 하지만 장차 그룹을 이어갈 총수재목을 키우는 작업도 중요한 것. 아직 남호씨는 미국에서 유학중이지만, 조만간 귀국해 회사경영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동부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강, 동부화재 등의 일정 지분을 김남호씨에게 이동시키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작업은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늦어도 2005년 이전에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