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일요신문] 임병섭 기자 = “포항지진 특별법이 지체되는 것은 무(無) 정부, 무 거버넌스 때문이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가 14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지적했다.
지진 피해자들은 “특별법안을 방치한 채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회 본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처사”라며 “쓸데없이 정쟁만 일삼는 국회를 당장 해산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재민들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분통해 했다.
특별법안 지진 특별법은 제371회 정기국회가 개원된 후 교섭단체 3당이 각각 상임위에 상정한 법안이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각 정당들은 정쟁에만 몰두하고 해당 상임위에서는 법안 소위조차도 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제371회 정기국회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정기국회는 매년 1회 100일로 제한돼 있어 다음달 10일이면 종료돼야 한다.
앞으로 남은 1개월 남짓 기간 중에 내년 예산안 처리에도 급급한데 수차에 걸친 법안 소위를 열고 각 부처 의견을 받아 상임위를 거쳐 본회까지 상정하기 쉽지 않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범대본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날선 비판의 소리를 냈다. 문 의장은 국내 그 어떤 재난지역에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대본 관계자는 “문 의장이 포항지진 특별법과 관련해 범대본 공동대표들의 면담요청에도 불응한 채 일본, 멕시코, 러시아, 세르비아, 이스라엘 등 전 세계를 탐방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국회의장의 주된 임무가 무엇인지, 사람을 최우선한다는 문 의장의 이인위본(以人僞本)이란 말이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해명하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에게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무조건 힘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만약 포항지진 특별법안을 이번 회기에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지역의 여야 정치인 모두가 포항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해 특별법을 제정해 줄 때까지 조세불복종 운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차·온도차가 크다”면서 “특별법 추진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는 “포항시와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동원해 관련 집회를 개최하고 전세버스를 제공하며 상경시위를 유도하는 등 시민운동의 고유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모 공동대표는 그 해결책으로 ‘지역 거버넌스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포항시와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원화된 포항지진 ‘범대본’과 ‘범대위’를 합치자고 제안도 나왔다. 포항지역에는 지진관련 단체가 크게 둘로 나뉜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와 ’포항지진11·15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그것이다.
범대위는 지난 3월20일 정부조사연구단의 촉발지진 발표 이후 3일 만에 출범한 단체다. 주로 지역발전협의회, 상공회의소 등 관변단체가 중심이 된 단체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지금까지 상경시위, 집회, 항의방문 등을 수차례 주도했다.
한편 포항지진 2주년과 궤를 함께하며 범대본 창립도 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범대본은 법무법인 서울센트럴과 1~4차에 걸쳐 지진소송 참가자를 모아 1만7000명에 이르는 소송인단을 구성했으며 이 가운데 1만2867명은 포항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지금까지 민사소송에서는 10개 항목의 증거신청이 채택돼 관련증거를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지열발전소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해 20여 항목의 쟁점에 대한 촉발지진이나 국가의 관여사실 입증증거를 확보했다.
범대본은 포항지진 피해를 입은 시민을 대상으로 매월 2회씩 변호사, 손해사정사, 법학교수 등을 초빙해 지진소송 전반을 설명하고 그동안의 인적피해에 대한 범위를 넘어 재산상 피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부터 전파, 반파, 소파 등 지진피해 시민을 위해 손해사정사를 통해 손해입증에 필요한 증거 확보와 손해액 평가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범대본과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로스쿨 학생들을 현장 견학케 하는 등 국내 최대 집단소송의 실무를 체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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