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의 호남기업 경방그룹의 김각중 회장가는 대 대로 인촌 김성수 집안 등 명망 있는 문벌과 혼 맥을 맺어 왔다. | ||
섬유사업으로 번 돈을 일제 때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하기도 했던 민족기업 경방은 해방 직후이던 1946년 김성수씨의 매형 김용완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김 명예회장은 경방의 경영을 맡은 이후 종업원 지주제를 확립하는 등 일찍부터 오너보다는 ‘전문경영인’임을 자처했다. 현재 경방 회장인 김각중 회장은 김용완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김각중 회장은 차현영씨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김준 전무는 김 회장의 장남이고, 김 전무의 동생 김담씨도 (주)경방 이사로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준 전무는 지난 86년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비교적 늦은 36세이던 지난 98년 결혼했다. 부인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 임창생 박사의 장녀인 진희씨. 부인인 임진희씨는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재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무는 현재 딸 하나만을 두고 있다.
경방가의 혼맥을 보면 전통 명문재벌가답게 명문가와의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2, 3세들의 혼사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보다는 옛날로 치자면 지체가 높은 양반가문과 혼사를 맺은 경우가 많다. 김용완 회장이 생전에 자녀들의 결혼 배우자는 가문을 먼저 따지고, 그 다음 배우자의 인품을 판단했다고 한다.
김용완 회장 역시 그의 조부가 자신보다 격이 높은 집안과 혼인을 맺어야 한다며 적극 나서 14세 때 당시 호남의 거부였던 김경중씨 막내딸 점효씨와 결혼했다. 점효씨의 남동생은 인촌 김성수, 삼양그룹 창업주인 김연수 회장. 재계에서 경방과 삼양사는 사돈이다.
김각중 회장은 김상홍 삼양그룹 회장의 장인인 차준담씨의 막내딸 현영씨와 결혼했다. 차준담가와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가 사돈 집안이니, 경방그룹과 삼양그룹은 겹사돈을 맺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과 부인인 현영씨는 무려 열두 살 차이가 난다. 당시 김 회장은 미국의 유타대학에서 화공학 박사학위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던 중에, 모친의 회갑연에 참석키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이 결혼을 종용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친인 김용완 회장과 차준담가가 일찍부터 교류가 있었고, 김각중 회장도 현영씨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배우자감으로 현영씨를 얘기하자, “그 어린애와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며 망설였다는 것. 그러나 현영씨가 셋째 여동생인 봉애씨와 친한 데다가 주변에서 적극 추천해 이 결혼이 이뤄졌다고 한다.
고 김용완 회장의 장녀인 현중씨는 재미사업가인 이임성씨와 결혼해 미국에 살고 있다.
또 차녀인 인중씨는 고려대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에서 근무하던 중 병원장의 소개를 통해 교육가 집안 출신의 성주호씨와 결혼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인 성씨 가문은 대전여상 등 5개 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교육가 집안.
3녀 봉애씨는 한기악 <동아일보> 창간멤버의 3남 만청씨와 결혼했다. 만청씨의 맏형인 만년씨가 유진오 전 고려대 총장의 맏사위이니, 경방은 이 혼사를 통해 유진오 전 총장과 박동진 전 외무장관가로 먼 사돈관계로 이어진다. 김용완 회장의 막내딸 명애씨는 삼영무역의 오너 이민희씨의 막내 아들인 이중홍씨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