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포구 공덕5구역에 나붙은 삼성물산측 홍보물. | ||
곳곳에서 정면충돌중인 두 재벌은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5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놓고 또다시 낯뜨거운 신경전을 벌이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다. 조합원 금품 제공설, 투·개표 조작설 등 각종 의혹이 게재된 전단지로 골목마다 도배를 하는 등 ‘전단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법적 소송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공덕동에서 삼성과 LG의 싸움이 시작된 것은 이달 초. 주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LG건설이 마을 입구에 홍보부스를 마련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도우미를 앞세워 주민들을 상대로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다.
▲ 마포구 공덕5구역에 나붙은 LG건설측 홍보물. | ||
이곳 주민에 따르면 현재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LG건설의 ‘자이’가 이곳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 입구에부터 치열한 홍보전이 벌어진다. 늘씬한 도우미를 앞세워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기본이다. 인근 가게를 찾아다니며 자사 아파트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삼성측은 ‘래미안’이란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LG측은 신흥 아파트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자이’를 최대한 강조하고 있다.
물론 초창기만 해도 자사 아파트 브랜드의 홍보 위주로 진행됐다. 그러나 주민 총회가 가까워지면서 점차 상대의 ‘흠집내기’식으로 전략이 수정됐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아무개씨(42)는 “초창기만 해도 인근 가게를 돌아다니며 인사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홍보보다는 상대방 욕하기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만난 부동산 업자 이아무개씨(53)에 따르면 막대한 이권이 걸린 재개발 현장에서 약간의 분쟁은 관행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그것도 전단지까지 동원해 경쟁사에게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실제 <일요신문>이 입수한 삼성측의 전단지에는 “베테랑과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초보와 함께 갈팡질팡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전단지가 붙은 다음날 “무슨 베테랑이 아현C구역에서 1년이 넘도록 아무일도 못하냐”며 “삼성은 마포를 자사의 텃밭으로 생각해 조합원을 우롱하고 있다”는 내용이 곧바로 붙었다.
양측의 비난 수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업체와 조합원간 금품 수수설, 추진위 협박설 등으로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부동산업자 김아무개씨(52)는 “숱한 재개발 현장을 가봤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상대를 비난하는 전단지가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의 1차전은 현재 삼성의 승리로 돌아갔다. 지난 25일 6시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1백31표 대 1백28표로 삼성이 근소하게 시공권을 따낸 것.
그러나 LG측은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개표 과정에서 불거진 득표수 조작 의혹과 경호를 담당한 용역업체의 조합원 투표 방해 등이 LG측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LG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제출한 서면결의서가 누락되는 등 투표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LG는 이미 법원에 증거 보전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삼성측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분위기를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건설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초창기에는 흥분해 소송 이야기가 나오지만 곧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이 같은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주전에서 떨어질 경우 수십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물량이 부족해 수주전이 점차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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