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당 공무원, 분무식 방식 외벽도장 작업… 관련법상 금지 돼 있다는 것 모른 듯
- 공무원, “규정 위반,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 문제 되면 단속 나가야 할 것”
- 이강덕 시장의 ‘도시 미세먼지 저감’ 의지… 공허한 메아리 될 수 있어 ‘지적’
- 공사현장 관계자 “잘못된 것 알고 있지만… 페인트 최소한 흩날리지 않게 작업했다”
지난 27일 남광토건㈜ ‘포항 우현 더힐’ 건물 외벽 도장 과정에서 롤러가 아닌 분사식장비로 도색을 하고 있다.
[포항=일요신문] 최창현 임병섭 기자 = 남광토건㈜의 ‘포항 우현 더힐’ 연립·빌라 신축 공사현장이 건물 외벽 도장을 하는 과정에서 분사식(에어리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남광토건㈜은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241-22번지 일원에 지하 1층~지상 4층 12개동 규모, 전용면적 84㎡ 208가구, 110㎡ 64가구 등 총 272가구의 전원주택단지로 신축하고 있으며, 내년 1월 입주를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건물에 외벽 페인트 도장 시 롤러를 사용해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롤러 대신 분무식 방식으로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작업 중 분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페인트가 벽에 부딪친 뒤 하얀 가루가 돼서 공중으로 흩어져 날리고 있다. 이른바 페인트 분진이다.
특히 ‘포항 우현 더힐’ 신축현장 일원에는 대형 운전학원이 성업 중인데다, 포항 KTX역까지 자동차로 10분 거리,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현장에서 뿌려진 페인트 분진으로 시민들과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한 시민은 “공사현장 규모가 큰 만큼 현재까지 페인트 분진이 얼마나 공기 중으로 날아가 있는 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라며 “현장 주변 시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가늠할 길이 없는데 행정당국의 시급한 단속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지난 27일 남광토건㈜ ‘포항 우현 더힐’ 건물 외벽 도장 과정에서 롤러가 아닌 분사식장비로 도색을 하고 있다.
현행 대기 환경보전법에는 아파트 등 외벽 도색 시 일체의 동력 사용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환경에 유해한 불법도색이 자행되고 있어 단속이 시급해 보이지만, 관리 감독을 해야 될 행정당국은 위법 사실도 모른 채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미세먼지에 따른 시민 건강과 생활에 피해가 상당하다”며 “반려식물 키우기 운동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직접 나서서 포항시의 도시 미세먼지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정작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고 미세먼지 요인을 발생시키는 사업장에 대해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부서 및 담당자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 시장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항시 공동주택과 담당 한 주무관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해당 공사 현장에 한 번씩 들러 보긴 하지만 최근에는 업무상 일이 많아 현장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공사 현장에서 외벽 페인트 작업시 롤러가 아닌 분무식 방식으로 도장 작업을 했다면 규정에 위반될 수도 있어 보이지만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면서 “분사 방식의 외벽 페인트칠에 대한 위법 사항은 대기보전법 상 정확한 규정을 알아봐야 한다. 문제가 되면 단속을 나가야 할 것”이라며 현장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은 사항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아파트 외벽 분사식 도색으로 휘발성 악취가 발생하고 페인트 분진에 따른 미세먼지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돼 관련법상 금지가 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포항 우현 더힐’ 전경
이와 관련 ‘포항 우현 더힐’ 신축 공사현장 한 관계자는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페인트가 최소한 흩날리지 않게 작업했다”며 “잘못된 부분은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더욱이 공사장을 총괄하며 책임지고 있는 현장 소장은 취재진이 수차례 통화 등을 시도해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남광토건㈜ 서울 본사 관계자는 “현장에 대한 상황과 문제점(불법 분사식 외벽 도색작업)은 현장 소장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공사장의 일이 바빠 연락이 닿지 않을 수 있으니 기다려 보면 소장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며 “‘포항 우현 더힐’의 문제는 본사는 무관하나 일단 사실 관계를 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건설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등 외벽에 페인트칠을 할 때 롤러보다 분사기가 많이 쓰이고 있다. 원칙상 롤러로 도색을 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작업이 더디고 비용 또한 많이 들어 불법으로 분사식(에어리스) 도색작업을 하면 작업 시간과 편리성 때문에 작업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비산먼지와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국민의 건강을 지킬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에서는 지난 27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처방안’이라는 주제로 ‘2019 철강산업도시 상생 환경포럼’이 포스코 국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국내 대표 철강산업도시 간 환경정책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이강덕 포항시장, 정현복 광양시장, 김홍장 당진시장 등 참석해 도시 미세먼지에 대한 저감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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