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여고 과학실 시약장 내 폐 시약이 장기 보관돼 백화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좌) 폐 시약장 배기장치도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다(우). 가스흡입 사고가 난 강당 바로 아랫층에 과학실이 있어 사고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지난 9월 2일 일어난 대구 경상여고 악취사고 원인이 인근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원보다 학교 자체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직접 원인이란 주장이 나왔다.
대구시 주관의 조사위원들 간 의견차로 가스흡입 사고원인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16일 자체조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대구안실련에 따르면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9월 학교 과학실에서 시료포집을 분석한 결과 아세트알데히드, 메탄올 등이 고농도로 검출됐다.
당시 과학실에는 사용기한이 지난 폐 시약이 장기 보관돼 백화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었고 악취도 심했다.
과학실은 강당 바로 아랫층으로 환기구가 복도 쪽으로 설치돼 있어 강당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당일 강당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비가 온 뒤 흐린 상태여서 과학실 공기가 강당으로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대구안실련은 “이같은 이유로 볼때 과학실 내 물질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라고 추정했다”면서 “특히 과학실과 달리 학교 내 다른 곳에서는 저농도 물질이 검출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 대기질 평균농도는 비교적 양호했다. 반면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서는 벤젠 등 일부 물질이 공단 내 지점에서 다소 높게 나왔다.
대구안실련은 “인근 공업지역 등에서는 기준치를 넘지 않을 만큼의 악취 유발 물질이 검출됐고 학교 외 다른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관리를 더 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더욱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기류 테스트 등을 더 했어야 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사고 발생 당시 상황과 비슷한 기상변화 조건에서의 과학적 검증을 함께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교육청이 모든 학교 과학실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상여고의 경우 특히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는 “대구시와 북구청은 간접적 요인이긴 하지만 인근 공단의 악취오염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빅데이터를 구축해 향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조사위에 참여했던 대구안실련의 단독 의견이지 합의된 결과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안실련은 “대구시 주관의 전문가 조사위원회 활동 참여로 자체 조사발표를 미뤘었지만, 시민 알권리 차원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당초 11월께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지만 위원들간 의견 합치가 어렵다며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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