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소득기준 넘어서 현행 지원법안 없어”
- 시민단체 “긴급지원복지 대상, 오히려 방과후수업료 끊어”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우리나라의 빈곤정책은 진입 자체가 까다롭고 엄격하다. 송파 세모녀 사건에서부터 성북 네모녀 사건, 인천, 구미 사건까지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는 연이어 발생했다. 송파 세모녀 사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신청했지만 탈락했으며,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가정의 자살도 이어졌다. 빈곤의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시 북구에서 일가족이 생활고에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도 역시 ‘실패한 복지’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23일 오후 8시9분께 대구시 북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부부와 중학생,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신의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교사가 집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집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만 발견됐을 뿐 유서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이같은 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됐으나 정작 대구시와 북구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치 않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소득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현행 복지 법의 범위 안에서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발표했다가 더욱 뭇매를 맞는 모양새다. 성탄절을 앞두고 숨진 일가족이 ‘긴급복지지원법’의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정부와 대구시, 북구청이 그동안 줄기차게 찾아가는 복지, 맞춤형 복지를 외치던 것과 달리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찾지 못했다”면서 “소득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현행 복지 법의 범위 안에서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제도 밖에 있어 지원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찾아가지도 발굴하지도 못한 사례라는 것이다.
복지연합에 따르면 숨진 40대 남편은 10년 전 사업에 실패하면서 큰 빚을 졌으며 배우자는 숨지기 2개월 전 실직했다. 사실상 긴급복지지원의 위기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정부의 소득재산조사는 물론 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도 발굴되지 못했다. 오히려 소득재산조사를 통해 자녀가 받고 있던 방과후 수업료 지원을 끊었다. 빈곤층 발굴 및 지원보다 책상 앞에서 부정수급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복지연합 관계자는 “국민을 속이고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과 부실하지만 제도 안에서 지원이 가능했던 것의 처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재발방지의 혼선을 야기한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빈곤정책의 핵심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선해 악법조항을 폐지하고 수급급여를 현실화하며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면서 포용적 복지국가에 걸맞는 빈곤정책의 새 판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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