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세주’로 성공한 국순당이 지방영농조합을 상대로 ‘백세 차’에 대한 상표권 분쟁을 일으켰지만 패소해 신만 당했 다. 사진은 백세주 생산라인. | ||
국순당이 자사의 ‘백세주’ 상표와 ‘백세’ 상표를 방어하기 위해 ‘백세차’란 상표를 등록하고 있는 지방의 영농업자에게 소송을 걸었지만 지고 만 것. 이 사건 이후 국순당은 지방영농조합단체 등으로부터 “자본력을 이용해 소송을 통해 사업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 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6월. 국순당은 경남 진주시에서 리더농산영농조합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경환씨를 상대로 지난해 6월23일 ‘백세’라는 상표의 무효소송을 냈다.
오씨는 지난 96년 8월12일 식음료 부분에 ‘백세차’라는 이름의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 지난 98년 3월3일자로 상표등록을 받아 둔 상태였다.
하지만 ‘백세주’라는 전통주를 만들고 있는 국순당 역시 지난 97년 4월17일 ‘백세차’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신청했다. 문제는 특허청이 국순당에서 낸 상표 역시 지난 98년 10월9일 받아들인 것.
어쨌든 국순당이나 리더농산영농 조합은 모두 상대 회사가 ‘백세차’ 상표권을 특허청으로부터 동시에 받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표가 시비거리로 등장한 것은 국순당이 전통차를 생산하기 위해 ‘백세차’라는 상표를 사용하면서부터.
국순당은 상표를 사용하려고 하자 이미 ‘백세차’ 상표가 선점되어 있음을 알게 됐고, 이 상표를 찾기 위해 지난해 6월3일 리더농산영농조합의 오경환씨를 상대로 상표 무효소송을 냈다.
그러나 국순당은 이 소송에서 지고 말았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1월24일자로 원고 국순당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는 자에 의한 부적합한 청구로서 심리대상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소송의 대상이 안된다는 법원측의 판단이었던 것.
이에 대해 국순당측은 다시 2심격인 특허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난 6월27일 법원으로부터 또다시 기각결정을 받았다.
국순당은 소송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집요하게 ‘백세’라는 상표에 집착한 것일까. 이는 국순당이 소송을 내게 된 배경과 관련이 있다.
국순당은 지난 2002년 5월 C사에서 ‘청호백세’라는 상표로 제품을 만들어낸 사실을 발견하고 소송을 걸었다. 청호백세는 기존 소주에 타서 마시는 음료. 당시 국순당은 C사를 상대로 ‘백세주 상표와 유사하다’는 판결과 함께 사용중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국순당에서는 자사 상표인 백세주와 유사한 ‘백세’ 상표를 술에 타먹는 음료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술에 타서 마시는 음료 등을 지정 상품으로 해서 ‘백세’ 상표를 출원하기 위해 사전에 등록상표의 존속 여부를 알아봤다. 결과적으로 차와 음료 분야에 백세 상표는 이미 선점돼 있어 소송에 나선 것이다.
재판부가 국순당의 주장을 일축한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국순당의 ‘국순당 백세주’나 ‘백세주’ 상표는 ‘백세차’ 상표가 출원된 이후의 상표라는 점이었다. 다음은 백세차가 ‘차와 음료’로 등록돼 있고, 백세주는 ‘주류’로 등록돼 있기에 단순히 (국순당이) 유사한 상표가 아니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었다.
특히 법원은 오씨가 제출한 백세차 상표가 백세주 상표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국순당의 이 사건 심판 청구는 이해관계 없는 자에 의한 것으로서 부적합하다고 것이었다. 법원은 국순당이 이해당사자도 아니면서 공연히 시비를 걸었다는 얘기다.
국순당의 문제 제기로 상표권 시비에 휘말린 오경환씨도 어이없어 하고 있다. 오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상표 출원 날짜만 살피면 될 사안을 국순당에서 공연히 재판으로 끌고 가 변호사비만 1천여만원 썼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순당쪽에선 “우리는 ‘백세’라는 상표권 방어 차원에서 적법하게 소송을 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국순당은 오씨쪽에서도 지난 96년 상표 출원 뒤 최근까지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어 국순당쪽에서 그 회사의 영업방해를 한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오씨쪽에서는 국순당이 소송을 걸 무렵 허깨나무를 이용한 건강음료에 ‘백세차’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어쨌든 지방의 소규모 영농조합의 음료 출시라는 사안이 국순당의 법정 소송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는 점에서 국순당도 오씨의 사업에 본의 아니게 기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