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2세들이 상대방의 잘못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비리를 드러냄으로써 검찰의 수사를 불러왔다. 검찰은 이 회사의 모기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들은 쌍방울그룹의 2세인 이의종씨와 의선씨. 쌍방울그룹은 한때 의류시장에서 승승장구했으나, 과잉투자 및 의류시장 위축으로 경영난을 맞아 현재는 부도가 난 상태. 의종씨는 쌍방울그룹의 창업주인 이봉녕 전 회장의 차남으로 지난 97년까지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주)쌍방울상사 사장을 맡았으며, 의선씨는 의종씨의 사촌형이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방울은 현재는 대한전선 등이 주축이 된 SBW홀딩스(과거 애드에셋 컨소시엄)가 최대주주다. 현재 쌍방울에는 이봉녕 일가의 지분이 없다. 이 전 회장의 아들들인 이의철 전 그룹 회장, 이의종 전 쌍방울상사 사장, 이의석 (주)새난 부회장 역시 이제는 그룹과 연관이 없는 상황이다.
‘불운의 기업’으로 불렸던 쌍방울이 또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쌍방울의 계열사였던 덕원관광개발이 운영하던 익산CC의 경영권 문제 때문. 익산CC의 옛 이름은 ‘이리CC’로 지난 72년 전북 익산시에 만들어진 골프장. 이 골프장은 총 32만 평의 부지에 18홀 규모로 만들어져 있으며, 지난 98년까지 쌍방울그룹이 주인이었다.
이후 익산CC는 운영업체인 덕원관광개발이 지난 98년 10월 부도를 냄에 따라 지난 99년 1월 (주)대원개발이라는 회사가 경매를 통해 3백35억원에 인수하면서 쌍방울그룹과 결별했다.
현재까지도 익산CC는 인근 지역 소재 골프장 가운데서는 가장 손님이 많으며, 회원제 골프장별 영업이익률이 전국 최고(55.5%)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3월 익산골프장의 대표이사가 손아무개씨에서 박아무개씨로 전격 교체된 후 손 사장이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청, 골프장의 내부비리를 폭로하고 나서면서부터.
당시 손 사장은 “나는 바지사장에 불과했다”며 “익산CC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차남인 이의종씨이며, 나는 그의 부탁을 받아 일부러 골프장을 부도내고 경매를 통해 인수했다”고 비리를 폭로했다.
손 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이의종씨가 이 골프장이 쌍방울 계열사 소속이었을 당시에 골프장 회원들의 동의없이 골프장 명의로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후 일부러 부도를 냈다는 것. 이후 이의종씨는 자신의 대리인인 손 사장을 앞세워 이 골프장을 경매를 통해 인수한 후 당시 법정관리중이던 쌍방울과 무관한 것처럼 속여 은밀하게 경영을 해왔다는 내용이었다.
손 사장의 이 같은 폭로는 그동안 익산CC의 경매과정을 둘러싸고 일었던 의혹에 불씨를 당기는 내용이었다. 손 사장은 이 같은 비리를 폭로하는 이유에 대해 ‘양심에 걸려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뒤에 이어졌다. 이 골프장의 전무로 재직중이던 이의선씨가 “사촌동생인 이의종씨가 회사 정상화를 위한 비자금 조성을 부탁해 지난 2000년 7월 이 골프장의 전무로 부임했다”며 추가로 비리를 폭로하고 나선 것.
이의선씨는 이와 함께 “회사 운영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촌동생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의선씨 역시 이 같은 폭로의 배경에 대해 ‘양심에 걸려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언론사 등에 ‘양심선언문’까지 돌리는 등 익산CC 골프장 인수와 운영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비리를 줄줄이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대해 골프장의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된 이의종씨 역시 “이의선씨와 손 사장이 골프장 내에 전동카트 회사를 차려놓고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겼다”며 맞불을 놨다. 사촌형제와 전문 경영인이 개입된 연쇄 폭로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당시 이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봉녕 전 회장의 차남인 이의종씨는 이 골프장 명의로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뒤 곧바로 부도를 낸 후 당시 절친했던 손아무개씨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것.
경매로 골프장을 인수한 후 이의종씨는 또 다른 친구인 소아무개씨를 골프장의 전산실장 겸 부장으로, 사촌형인 이의선씨를 전무로 앉혀 골프장을 경영토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종씨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사촌형인 의선씨와 대표이사인 손씨가 골프장에 전동카트 운영 회사를 차린 뒤 여기서 수익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의종씨는 이 사실을 친구인 소씨로부터 뒤늦게 전해들은 후 사촌형과 손 사장을 전격 경질했고, 자신의 또 다른 측근인 박아무개씨를 새로 대표이사로 앉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의선씨와 손 사장은 ‘양심선언문’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돌리며 실질적 소유주인 의종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네 명은 모두 한배를 타게 됐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이 네 명을 모두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의종씨와 소씨에 대해서는 수익금 횡령 혐의를, 또 전 경영진이었던 의선씨와 손 사장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
결국 익산CC를 둘러싸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네 명이 재산싸움을 벌이다가 전원 구속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익산CC가 과거 쌍방울그룹의 비자금 창구였다는 첩보를 입수,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전주지검 군산지청 관계자는 “골프장의 소유자인 의종씨가 친형인 의철씨(당시 쌍방울그룹 회장)와 함께 지난 96년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쌍방울그룹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현재 회사에 이봉녕 창업주 일가와 관련된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며 “익산CC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쌍방울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현재는 주인이 바뀐 상황이어서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