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세상’ 캡처
28일 방송되는 KBS ‘다큐세상’은 3.1절 특집 ‘130년간의 한국사랑, 마포삼열과 그의 아들들’ 편으로 꾸며진다.
101년 전, 한반도를 만세의 물결로 뒤덮었던 3.1만세운동. 강제로 국권을 침탈한 일제는 물론 당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자랑스러운 그 날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큐세상’은 3.1절을 앞두고 방송사상 최초로 공개된 미국 명문 프린스턴 신학교의 특별자료관과 조선총독부 고위관리의 회고록, 그리고 방대한 한국사기록물 속에 100년 가까이 묻혀 온 한 인물에 관한 놀라운 진실을 조명한다.
사무엘 오스틴 마펫. 그는 지금까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말까지 한국에서 활동했던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로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되는 미국과 일본의 진귀한 자료들, 그리고 국내외 저명한 사학자들에 의하면 그가 3.1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하고 이후의 독립운동을 이끌어갔던 걸출한 독립 운동가들을 키워낸 대부이자 한국의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숨은 손’임을 증언하고 있다.
1919년 3월 22일. 전국적으로 일어난 3.1만세 운동에 놀란 조선총독부는 급히 한국에 있던 선교사들을 조선호텔로 불러들여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인들이 미개하여 3.1만세운동과 같은 수준 높은 평화적 시위를 할 능력이 없으며 따라서 배후에서 선교사들이 사주했다고 우기면서 강력하게 경고를 할 참이었다.
그런데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한 선교사가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나는 30년간 한국에서 살아온 한국인의 친구로서 말하겠다. 내가 아는 한국인은 정의감이 강하고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을 더 중요시 하는 훌륭한 민족이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물질적인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당신들이 짓밟은 사람들은 한국인들 중에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시민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야만적인 폭행과 감금과 고문을 하는 것이 과연 당신들이 말하는 문화대국 일본의 합법적인 통치인가.”
총독부 요인들을 당황하게 만든 낯선 얼굴, 그는 바로 국 북장로교 평양선교부 대표 사무엘 오스틴 마펫이었다.
미국 인디애나 주 매디슨에서 신실한 청교도의 후손으로 태어난 그는 탁월한 통찰력과 개척정신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에 온지 불과 3개월 만에 한국인의 미래를 이렇게 예견했다.
“나는 이 나라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지적이고 매력적입니다. 체면을 앞세우거나 노동을 천하게 여기는 인식만 버린다면 장차 강한 민족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는 46년간 직간접적으로 숭실 전문대와 평양신학교를 비롯해 숭의여고 숭실 중학교 등을 비롯한 300여 개의 학교를 세웠다.
나라를 잃고 의지할 데 없는 조선의 청년들을 단순히 구제를 하는 수준을 넘어 구미, 유럽 수준의 높은 지식교육과 전인교육을 실시했다.
그 과정을 통해 윤동주, 조만식 등 북한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기독애국 청년들이 성장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안창호, 김구 등 독립지사들이 평안도를 기반으로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또한 진귀한 기록사진을 통해 사무엘 마펫이 독립선언식에 참석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33인의 민족대표 중 5명 (길선주, 이승훈, 유여대, 양전백, 김병조)이 그의 제자였다는 사실도 방송사상 처음으로 공개된다. 사실 3.1운동은 마펫의 일생에도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교회 중심의 다소 보수적 선교사의 길을 걷고 있던 그는 민중들이 전개하는 조직적이고 일치된 비폭력 평화시위에 깊이 감동되어 독립운동을 적극 돕는다.
사무엘 마펫은 스코필드 등 몇몇 선교사들과 함께 마음을 같이 하여 수많은 편지와 보고서를 통해 3.1만세 시위의 비폭력성과 일제의 야만적인 진압 사실들을 적나라하게 알렸을 뿐 아니라, 미국인이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의 집과 자신이 세운 학교에서 독립 운동가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근거지를 제공했다.
일제의 암살 시도를 피해 잠시 미국으로 피난을 갔을 때 가진 모든 것을 한국에 쏟은 그에게는 단칸방을 얻을 돈도 없었다. 병든 아내와 함께 지인의 집 창고에서 3년을 사는 동안 그는 가난과 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숨을 다할 때까지 그는 한국인의 영혼과 한국의 독립을 위해 기도했다.
46년간의 뜨겁고도 간절했던 아버지 마포삼열의 한국사랑은 아들들에게 이어져갔다. 특별히 그의 넷째아들이었던 하워드 마펫 (한국명, 마포화열)은 46년간, 미군 막사에서 시작한 작은 병원을 경북지역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대구 동산병원과 계명대학교 의과대학병원)으로 성장시킨 미담의 주인공이다.
또한 어린 시절 대구에서 성장하며 한국인 전쟁고아들과 함께 성장한 하워드 마펫의 둘째 아들 찰스 마펫은 세 명의 한국 고아를 입양하여 훌륭하게 키워냈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에게로 이어진 한국사랑이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