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유망 벤처기업의 주가가 다시 폭등하면서 누가 최고 부자인가에 대해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최근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큐리텔이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이 회사의 오너가 단숨에 재벌반열에 등극한 때문. 이렇게 되자 기존의 대표적 벤처 재벌로 불렸던 닷컴기업들은 물론 일반인들조차 진정한 재력가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재력면에서 선두경쟁을 벌여온 대표 벤처재벌인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 게임개발업체 엔씨소프트 등은 그 위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특히 팬택&큐리텔이 거래소에 상장된 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부상함에 따라 닷컴기업이 중심이었던 국내 벤처업계의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상한 팬택&큐리텔이 제조업체라는 점은 기존의 벤처시장을 선점해왔던 인터넷 기업들로서는 상당히 긴장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새롭게 부상한 팬택&큐리텔의 박병엽 부회장과 최고 벤처재벌로 꼽히는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진짜 재력은 얼마이며 진정한 최고는 누구일까.
▲ 팬택&큐리텔 박병엽 부회장 | ||
한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팬택&큐리텔의 성공은 일찌감치 점쳐졌다고 한다. 이 회사의 주식 공모단계에서부터 2조1천3백70억원이라는 자금이 몰리는 등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고, 시장에서의 평가도 무척 좋았다는 것. 이는 팬택&큐리텔 주식이 상장되던 첫날 가시화됐다. 거래소 상장 첫날인 지난 17일, 장이 열리자마자 주식은 정신없이 거래됐다. 팬택&큐리텔의 공모가는 2천6백원이었지만, 시초가는 이보다 1.6배나 높은 4천2백원. 이 날 팬택&큐리텔은 하루종일 상한선 15%인 4천8백30원을 넘나들었고, 사자주문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공모주를 산 투자자는 물론 이 회사의 오너인 박 부회장의 지갑도 한순간에 부풀어 오른 날이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팬택&큐리텔의 상승 여력이 아직 더 남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화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 주가수익 비율을 기준으로 볼 때 팬택&큐리텔의 적정주가는 5천1백원 정도로 산정하고 있다. 제일투자증권의 담당 애널리스트 역시 3분기 이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가 6천6백원을 제시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박 부회장의 9월 말 현재 자산은 3천억원대로 평가된다. 박 부회장이 보유중인 지분은 총 5천1백만주로 전체 지분의 25.38% 정도. 주당 가격을 4천8백원으로 산정할 때 박 부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2천4백여억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다 박 부회장은 상장계열사인 팬택주식 4백80만 주(19.7%)도 보유중이다. 지난 19일을 기준(1만1천4백50원)으로 볼 때 박 부회장은 주식평가액은 5백50억원. 따라서 박 부회장의 전체 주식 평가액은 3천여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는 벤처 경영인들 중에서 최고의 수준임은 물론, 재계를 통털어서도 주식 자산가 15위에 랭크될 정도. 그러나 박 부회장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최근 박 부회장은 “순식간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지만 팔 주식도 아니다”며 “그 돈을 제조업에 재투자해 벤처 업계에서 ‘제조열풍’을 불러일으키겠다”며 밝힌 것. 특히 그는 “기존 IT사업과 기계, 중공업 등 관련 부문이 결합하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 다음 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왼쪽),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 ||
특히 그는 그동안 국내 벤처시장을 주도하는 벤처인으로서 다져진 인맥과 노하우 등을 살려 다시 경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이달 초 동아일보, 동아닷컴 등과 뉴스-콘텐츠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영화검색 서비스 강화, 핸드폰 무선 게임 개발 등 국내 IT시장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최근 ‘우리시대의 굿피플 1백1인’ 선정에서 IT산업의 대표주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다른 벤처업계의 대부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일곱 살인 김 사장은 이달 초 미국의 유력 잡지인 <포천>이 선정하는 `40세 미만 세계 40대 갑부’에서 35번째 갑부로 선정됐었다. <포천>은 홍콩 특파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김 사장의 재산은 2억6천6백만달러(약 3천3백억원)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40세 미만 청년 갑부들 중 35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현재 이 회사의 주식 58만1천9백30주를 보유, 전체의 31.78%를 갖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급락을 거듭함에 따라 평가액이 크게 낮아져 주머니가 가벼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것은 물론, 회사를 알차게 꾸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II’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전세계 게이머들을 만족시키도록 면밀한 분석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동경 게임쇼’에 참가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승부하겠다는 팬택&큐리텔과 인터넷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온라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중에서 누가 진정한 최고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