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턴트죽의 시장 규모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마땅 한 사업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식품제조기업들이 대거 죽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동안 죽 시장은 일부 식품업체나 중소기업, 소규모 식당 등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죽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장규모가 커지자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 이달 초 CJ그룹이 죽 시장에 본격 뛰어든 데 이어 동원식품 등 대기업과 버거킹,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업체들까지 이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식품시장에서 죽 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식료품 업계의 입장에선 현재 마땅히 사업을 벌일 분야가 없다는 점에서 죽 시장을 새로운 사업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올해 국내 죽 시장 규모는 2백5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년 전인 지난 2000년과 비교할 때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00년 말 기준으로 당시 시장규모는 연간 60억원대였다. 이후 지난 2001년에는 1백억원대로, 지난해에는 1백50억원대로 늘어났다.
시장 성장률로만 보면 연간 100%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죽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식생활 패턴의 변화를 꼽고 있다. 특히 젊은 샐러리맨층에서는 ‘죽’이 몸이 불편하거나 입맛이 없을 때 먹는 것이 아니라 아침식사 대용, 다이어트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외식업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학가와 젊은 샐러리맨들이 많은 사무실 인근에 죽 전문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죽 전문점은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인스턴트형 죽제품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죽’의 특성상 보관이나 유통이 어렵기 때문. 여기에 소스 첨가물과 죽이 섞일 때 ‘삭힘 현상’이 발생, 인스턴트 죽의 경우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인해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이 죽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예측하면서 앞다퉈 대규모 연구자금을 투입, 죽 개발에 나선 결과 맛이 변하지 않는 죽 제품을 개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현재 죽 시장은 재벌그룹과 식품전문기업들이 혼재해 있다. 재벌그룹인 동원F&B가 일찌감치 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식품전문 업체인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이 진출했다. 여기에 이달 초 CJ그룹과 패스트푸드점인 버거킹이 죽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향후 CJ-동원 등 식품 재벌과 패스트푸드 전문업체 등이 이 시장에서 한판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상품 밥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CJ햇반’을 개발한 노하우를 죽에 접목시킬 계획. CJ의 전략은 ‘고급화’와 ‘마케팅력’이다. CJ는 기존의 업체들이 내놓은 죽 메뉴보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고급 죽 전문점의 맛을 그대로 살려 제품화한 고급 별미죽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
메뉴도 고급화시켜 전통적인 고급죽인 전복죽, 삼계탕의 영향을 죽 맛으로 조리한 삼계죽, 녹차를 이용한 일본식 퓨전죽 오차즈케죽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CJ는 ‘햇반’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론칭시켰던 마케팅력을 앞세워 기존 업체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J햇반 관계자는 “CJ는 죽 시장에 있어서 후발주자이지만, 기술력과 마케팅력으로 ‘햇반’의 성공 신화를 재현해 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CJ햇반의 브랜드 매니저 박상면 부장은 “CJ햇반은 이번 별미죽 출시를 계기로 차별화되고 고급화된 메뉴로 상품 죽 시장을 확대해 명실공히 리딩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CJ에 이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패스트푸드점인 버거킹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버거킹은 이달 초부터 기존 37개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단팥죽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해 판매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