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캡처
지난 1월 22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한 군인이 있다. 바로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최초의 군인 변희수(23) 하사.
국방부의 강제 전역 처분이 있었던 그 날, 공개적인 커밍아웃과 함께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2017년 3월,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육군부사관 학교를 임관한 변희수 하사는 전차 조종 A 성적을 받을 만큼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군인이었다.
하지만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를 겪고 있었고 2019년 11월 부대장과 동료들의 지지 속에 성전환 수술을 한다.
그러나 수술 후 변 하사에게 돌아온 건 업무 복귀가 아닌 의무조사였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에 따라 심신장애 3급을 판정받고 1월 16일 전역심사위원회 회부가 결정됐다.
전역심사위원회를 미루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다음날 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국방부의 전역 결정에 불복하며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변 하사를 향한 사회적인 시선은 냉담했다.
성전환자 입대를 반대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내건 예비후보 박찬주 전 육군 대장. 각종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변 하사의 군 복무를 반대하는 일부 여군들의 입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1월 30일,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린 A 씨(23).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수많은 트랜스젠더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커밍아웃을 했지만 예상보다 거센 비난과 혐오가 A 씨에게 쏟아졌다.
A 씨는 트랜스젠더 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성별 정정까지 마친 법적 여성. A 씨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뜨거웠다.
’래디컬 페미니스트(급진적 여성주의)‘ 학생들은 A씨를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성전환 수술을 했어도 남성의 염색체 XY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합격 소식이 알려진 뒤, 반대하는 대자보가 물밀 듯 쏟아졌고 ’트랜스젠더 입학반대 TF팀‘이 만들어졌다.
입학 반대를 넘어서 ’법원의 성별 정정 허가‘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학생들의 반발도 거셌다. 실제 여대에 침입한 여장남자 범죄자와 연관 지으며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신입생 중 일부는 A 씨의 입학을 축하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학내 소수자 인권 동아리에서도 A 씨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걸었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인신공격과 혐오 끝에 2월 7일 A 씨는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
2017년 트랜스젠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271명 중,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57.6%에 달했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못해 성별 정정을 할 수 없는 트랜스젠더들은 일생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 임푸른 씨(37) . 여성의 모습이지만 주민등록증상 1로 기재되어 있는 푸른 씨는 직장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과 실무경험이 있지만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다. 남자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본 적도 있다.
푸른 씨는 10년 전 커밍아웃했다. 차마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없어 편지를 쓰고 가출을 했다.
지금은 딸로 인정했지만 처음에는 괴롭고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부모님. 푸른 씨는 트랜스젠더 최초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미국 인구의 약 0.3%가 트랜스젠더라는 외국 조사에 빗대어 보면 우리나라의 트랜스젠더 인구는 약 5~25만으로 추정된다.
2001년 하리수의 등장으로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알려졌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트랜스젠더에게 가혹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