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궁금한 이야기Y’
지난 달 4일,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59세의 숙희 씨(가명)가 칼에 찔려 살해됐다.
발견 당시 그녀는 몸 곳곳을 흉기에 찔린 채 아파트 화단에 쓰러져 있었고 이미 너무 많은 피를 쏟은 그녀는 병원으로 이송 직후 사망했다.
범인은 같은 동네에 살던 43세의 최 씨(가명). 그는 숙희 씨의 식당서비스가 엉망이었고 자신에게 고기를 구워주지 않아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조사가 끝난 뒤 가족들이 돌려받은 숙희 씨의 휴대폰에는 심상치 않은 기록들이 남겨져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살해범 최 씨에게서 1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온 내역이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 밤, 숙희 씨가 112에 신고를 했었던 기록도 있었다.
주변 상인은 “몇 개월 전부터 언니가 저한테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최 씨가) 거기 퇴근하는 길목에 서 있대. 언니는 돌아서 간대. 무서우니까. 우리는 그때는 그런 줄 몰랐죠. 그렇게까지 걔가 집착하고 있는지는”라고 말한다.
최 씨는 열여섯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피해자를 몇 년 전부터 스토킹해왔다. 그녀는 최 씨를 멀리하며 차츰 거리를 두려 했지만 그럴수록 최 씨의 집착은 더 심해졌다.
숙희 씨가 최 씨의 문자를 읽지 않고 삭제하는 동안에도 최 씨는 마치 연인이라도 된 듯이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결국 그녀는 최 씨의 연락을 차단했지만 최 씨는 멈추지 않았다.
살인 사건 전날인 5월 3일, 최 씨는 밤늦도록 숙희 씨의 가게에 손님이 있는 것을 보고 들이닥쳐 난동을 피웠다.
그 날 숙희 씨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최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단순히 경찰 조사만 받고 풀려난 최 씨는 다음날 아침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숙희 씨 아들은 “어머니께서 문자는 이미 다 지운 상태라서 (스토킹 사실을) 증명할 수 없고. 그리고 그 사람(최 씨)은 전과나 집행유예가 없는 사람이니까 단순 영업 방해로 해서 풀려났거든요”라고 말했다.
남편이나 자식들에겐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숙희 씨의 가족들은 최 씨의 스토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평생 자식 생각만 한 어머니였던 숙희 씨. 늙어서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음식장사를 시작했던 그녀였다.
식당주인 숙희 씨 살인사건의 진실과 최 씨의 스토킹에 대해 추적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지옥이 된 사무실, 보험설계사들은 왜 보호받지 못했나’도 소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