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3월 주총에서 소버린과의 표대결을 앞둔 최태원 SK(주) 회장. 현재까지는 그가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 ||
새해 벽두부터 온 재계의 시선이 최태원 SK(주) 회장에게 쏠려 있다. 오는 3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SK 주총에서 과연 최 회장이 SK의 2대주주인 소버린을 누르고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최 회장이 SK호를 순탄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3월 주총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신임을 얻어 소버린과의 표대결에서 이기게 되면 SK호는 최 회장과 손길승 회장의 투톱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소버린이 최 회장측보다 주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게 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물론, 손길승 회장 등 SK그룹 이사진이 줄줄이 퇴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이렇다보니 SK그룹은 물론, SK그룹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뜨겁다.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SK의 주총은 어떻게 될까.
현재의 힘겨운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회사 복귀를 공식적으로 선언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 연말 SK의 사내 통신망을 통해 경영복귀 심경을 밝혔고, 지난 2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건배를 제의하며 공식적으로 컴백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경영복귀 시점을 신년초로 잡은 부분과 관련해 주총 대결을 의식한 행보로 보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회사에 출근한 지가 벌써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새삼스럽게 복귀를 ‘공식선언’한 부분을 두고 주총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과연 ‘재신임’을 얻을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최 회장의 승리를 예감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의 안상희 연구위원은 “최근 SK그룹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 회장이 한층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대우증권의 임진균 연구위원 역시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버린보다는 최 회장측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들이 최 회장측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백기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SK그룹 계열사는 물론이고 정부 기관, 채권단, 다른 그룹들까지도 최 회장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안상희 연구위원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최 회장의 우호지분은 35%인 반면 소버린의 우호지분은 20% 정도로 추정된다”며 “양측의 우호지분이 10% 이상 차이가 나면 사실상 주총에서 이를 뒤집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현재 SK(주)의 지분을 보면 SK그룹 일가의 지분이 20% 정도로 추정된다. 계열사별로 보면 SKC&C 8.49%, SK건설 3.34%, SK케미칼 3.23%, SK생명 0.93%, SK 자사주 0.73%, SK증권 0.09% 등이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 0.59%,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0.46%, 최신원 SKC 회장 0.03%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을 더하면 최 회장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20%에 이른다.
SK가 최근에 매각한 자사주도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SK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하나, 신한, 산업은행 등 SK의 채권은행단과 협력업체 등 우호세력에 매각해 이들의 지지를 받아 10%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SK가 지난해 10월 해외에 파킹했던 지분 중에서 5% 가량을 사들인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도 최 회장 편에 섰다.
반면 소버린의 우호지분은 이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버린의 우호지분은 크레스트증권 등 자회사 지분 14.99%, 헤르메스 0.7%, 템플턴 5% 등 20%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 보면 최 회장 우호세력이 35%, 소버린 우호세력이 20%대여서 최 회장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현재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있는 외국인투자자 지분 28%,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지분 21% 등 45%가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측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은 국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쉽게 소버린쪽으로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진균 연구위원은 “에너지 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투자자와 일반소액주주들이 최 회장 편에 서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더군다나 소버린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이어서,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 국내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은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의 김재중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정확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외국인 지분 28%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버린의 우호지분이 과연 20%밖에 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당일이 돼봐야 알겠지만, 소버린의 백기사가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며 “최 회장이 확보한 우호지분이 아직까지 SK그룹으로서는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SK(주)의 주총 분위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 최 회장측이 남은 시간 동안 소버린과 막후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인사는 “최 회장측이 일부 임원을 교체하는 등 소버린과 협상에 나서 의외로 주총을 조용히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