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이동성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이통업체 후발주자인 LG텔레콤(위)과 KTF 사이에 고 객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
지난 1월1일 자정. 2004년이 시작되자마자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의 사활을 건 전쟁이 소리없이 시작됐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제가 실행된 지 어느새 10여 일이 지났지만 각 해당 통신사 관계자들은 요즘처럼 하루가 긴 날은 없었다고들 한다. 각 사의 통신 데이터를 통해 매시간 이탈한 고객, 새로 가입한 고객의 숫자가 나타나다 보니 요즘 통신회사 관계자들의 입술이 바짝 타들어갈 정도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의 고객 유치 전쟁 못지 않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각사의 홍보실이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홍보실은 유례없이 이틀이 멀다하고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있다.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각종 이벤트 행사를 벌이는가 하면,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고 나서는 등 그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희귀병 난치병 환자 돕기 모음식’(SK텔레콤), ‘사랑의 무료통화 행사’(LG텔레콤), ‘신입사원들과 결식아동들의 스키연수’(KTF) 등 고객들의 감정에 호소하는가 하면, ‘번호이동성제도 본래 의미 퇴색’(SK텔레콤), ‘SKT약정할인에 따른 우리의 입장’(LG텔레콤) 등 이번 번호이동성제도와 직접 연관된 자료도 있다.
이들로부터 쏟아지는 보도자료들로 인해 인터넷 메일이 꽉 차기 일쑤다. 이런 와중에 KTF와 LG텔레콤이 상대방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유독 이들의 신경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의 홍보 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수시로 변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들은 서로 ‘공조체제’를 선언하며 후발업체로서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해왔지만, 새해 벽두부터는 서로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퍼붓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 중 한 관계자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라는 말조차 어색하다. 요즘 상황에서는 적, 동지를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요즘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통신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홍보전이 어느 수위에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SK텔레콤에 맞서 연합군을 형성했던 KTF와 LG텔레콤이 하루아침에 적군으로 돌아선 것이다.
LG텔레콤은 그간의 공조체제를 먼저 무너뜨린 것은 KTF라고 주장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이에 대한 일례로 지난 3일 KTF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들었다. 지난 3일 KTF는 “번호이동제가 시행되기 전에 LG텔레콤에 지난해 사전 가입한 고객이 최소 7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KTF는 “LG텔레콤 고객의 실제 증가는 (KTF와 비교하건대) 미미하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난 뒤 LG텔레콤은 발칵 뒤집혔다. LG텔레콤은 다음날 이에 맞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TF가 배포한 자료의 문제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자료였다.
LG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지금은 우리와 KTF 모두 힘을 합쳐 SK텔레콤으로부터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KTF는 단지 경쟁사(LG텔레콤)가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비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LG텔레콤은 KTF가 단순 추정치를 갖고 자료를 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의 신경전은 최근 들어선 잠잠해진 듯 하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의 앙금은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당시 비슷한 수치의 고객몰이에 나섰던 두 회사 고객 숫자의 편차가 점점 커지면서 시작됐다. 지난 1월9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보면, LG텔레콤은 6만3천2백7명의 고객을 신규로 끌어들였으나, KTF는 4만1천8백56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렇게 되자 LG텔레콤은 여기에는 KTF의 ‘깎아내리기식 홍보’도 한몫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LG텔레콤과 KTF가 자사의 계열사를 이용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부분을 두고도 서로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자인 KTF가 무선 판매사업권을 갖고 있는 KT와 협력해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F는 오히려 LG텔레콤을 공격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LG텔레콤은 가입자수를 늘리기 위해 각 계열사에 할당분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관계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의 과열 광고경쟁을 지켜보고 있는 정보통신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각 사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다보니 편법적인 수단도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한 경쟁을 벌이도록 감시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막이 오르자마자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사 중 어느 곳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