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경북 청송에서 영양과 봉화를 거쳐 강원도 영월까지 이어지는 240km.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는 깊은 산중에 자리 잡은 외씨버선 길은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에 한 구절에서 그 이름을 빌려온 옛길이다
산이 깊으니 사람의 시간도 더디 흐르고 변함없는 풍경 속에 순하게 살아온 산촌 사람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외씨버선길의 시작은 청송 주왕산 계곡.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사람들을 부르는 대표적인 피서지다. 외씨버선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청송 사람들에게 여름은 약수의 계절. 여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달기약수터는 솟아나는 물소리가 고고고 닭의 울음소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란다.
탄산과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 톡 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나는 달기약수는 먹기 좋게 설탕을 타서 음료수처럼 마시기도 하지만 밥을 짓고 백숙 끓이는데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부처손 등 주왕산에서 채취한 귀한 약초들을 넣고 끓인 약수백숙에 약수로 지은 영양밥은 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음식뿐 아니라 염색을 돕는 매염제로도 활용하는 약수는 청송사람들에겐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약수 뜨러 가는 날이면 꼭 챙기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장떡이다. 짭짤한 장떡을 한입 먹고 약수를 많이 마시기 위해서였다. 여름 장떡에는 제철 맞은 골부리(다슬기) 삶은 국물로 반죽을 하고 골부리살을 넣어 색다른 맛을 낸다.
여기에 골부리를 삶아 만든 새콤한 냉국에 고추장에 박아둔 파로 만든 골부리조림까지 추억이 있어 더 맛있는 청송 사람들의 여름 별미를 만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영양 귀촌 부부의 자연밥상, 보부상들의 삶이 담긴 봉화 생달마을 이야기, 영월 김삿갓 계곡 어죽 등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