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순당에서 ‘삼메밀’을 출시함에 따라 기존 소주시장의 판도가 달라질까 주목되고 있다. | ||
국내 주류 시장의 간판인 소주가 날로 순해지고,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성장세를 거듭했던 약주의 도수는 강해지고 있는 것.
소주는 몇 년 전 25도에서 최근 22도까지 내려왔다. 반면 알코올도수 13도짜리인 백세주란 간판 상품으로 약주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국순당은 지난해 말부터 백세주보다 2도 강한 ‘삼겹살에 메밀한잔’( 삼메밀)이라는 술을 내놓고 소주 시장으로 영토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 인기인 시장 흐름에 발맞추자는 것.
그러자 지난 12월 말 법정관리중인 진로의 이원 관리인이 “사회 전반의 저도주 선호 경향에 맞춰 `참이슬’의 알코올도수(현재 22%)를 좀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해 현 소주 도수보다 알코올 도수가 더 낮은 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시장 규모나 매출 규모는 미미하지만 국순당의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
실제로 소주 메이커인 진로나 두산은 백세주의 약진을 방관하다 뒤늦게 천국이나 군주 등을 출시했지만 막강한 유통망에도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로쪽에선 지난해 주류 시장이 불경기의 여파로 소주 시장은 성장한 반면, 맥주 시장과 위스키 시장은 매출이 줄었다는 점에서 소주보다 고가인 백세주의 성장 속도가 한계에 부딪히자 국순당에서 저가 모델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국순당은 지난해 1천3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2002년 이후에는 성장세가 예전보다 주춤거리고 있다.
물론 국순당의 설명은 다르다.
국순당이 올 하반기에 강원도 횡성에 제2공장을 완공한다는 것. 그때부터 생산규모가 현재보다 3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제품 가짓수를 늘리고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순당에서 삼메밀로 소주 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삼겹살 집에서 소비되는 술은 대개 소주인 점에 비추어 이름까지 ‘삼겹살에 메밀한잔’이라는 이름을 붙여 타깃이 삼겹살 집에서 소주를 마시는 사람임을 분명히한 것.
또 가격정책도 흥미롭다. 백세주가 업소에서 7천원 정도에 팔리고, 소주가 3천원 선이라면, 삼메밀은 4천원 안팎에 업소에서 팔리고 있다.
반면 도수는 가격에 반비례한다. 소주가 22도, 삼메밀이 15도, 백세주 등 약주가 13도다. 용량은 3백㎖로 백세주(3백75㎖)나 소주(3백60㎖)보다 적다. 소주에 비해 양은 적고, 도수는 낮고, 백세주보다는 도수는 높고, 값은 싼 편이다.
국순당은 성공한 마케팅 사례인 백세주 마케팅을 삼메밀에도 원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께 삼메밀이 나온 뒤에도 전국적인 마케팅을 하는 대신 20~30대가 몰리는 서울 강남역 일대와 홍대 앞에만 삼메밀을 제한 공급한 것.
이어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 배급망을 넓혔다. 철저하게 입소문 마케팅과 체험 마케팅에 의존하겠다는 것. 백세주도 이 같은 경로를 통해 전국적인 술이 됐고, 약주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소주 시장의 규모는 대략 2조원 정도. 약주 시장은 최근 붐을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략 2천억원 안팎. 대박을 꿈꾸는 주류 메이커라면 당연히 소주 시장에 눈독을 들일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소주 시장은 대장인 진로가 법정 관리 여파로 몸이 둔해진 상태. 국순당쪽에선 “삼메밀 시판이 백세주를 버린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식집이나 일식집에선 백세주로 커버를 하고, 삼메밀로 소주 시장을 뚫겠다는 것.
일단 진로나 두산에선 공식적으론 무대응인 상태다. 하지만 진로의 법정관리인이 저도주 개발 검토를 얘기한 것이나, 주류업계 일각에서 두산이 저도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소주시장에 전운이 번지고 있다.
“삼겹살엔 당연히 소주”라는 주당들의 습관을, 저도주 바람에, 돼지고기엔 메밀이 최고의 음식궁합이라는 슬로건까지 내세운 전통주 메이커의 도전이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