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전략 컨설턴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각 매체에 자주 출연하고 있는 교수 B 씨는 선거 일주일 전 “이번 선거는 ‘북풍’이 강하게 불면서 전국 이슈가 선거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야당이 천안함 사태를 뛰어넘는 대형 변수를 등장시키지 않는 한 현 판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컨설턴트 C 씨도 “천안함 사태로 모든 정책 쟁점이 실종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가 D 씨는 “지난해 재·보선에선 정권견제 성향이 강한 젊은 층 투표율이 높았던 반면 여당지지층의 투표율은 낮아 숨은 표의 역할이 컸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천안함 여파로 여당지지층도 투표장을 대거 찾을 것으로 예상돼 숨은 표의 위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의 전망은 오히려 반대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전쟁 위기에 두려움을 느낀 젊은 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 여당을 심판했기 때문이다.
선거 예측에 가장 민감한 청와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6월 2일 낮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청와대는 수도권과 주요 접전지역 가운데 서울과 경기는 여유 있게 이기고, 인천 경남 충북 강원 등 접전지에서도 2~3곳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접전지 4곳에서 모두 패하는 등 청와대의 예측과는 전혀 달랐다.
한나라당도 예외일 수 없었다.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서울은 강남을 빼놓고 (구청장 선거에서) 백중 열세인 게 사실이다. 경기지사를 빼고는 상황이 안 좋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도 거기까지였다. 선거 전문가인 그도 선거 10여 일 전부터 계속 낙관적으로 올라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결국 ‘걸려들었다’. 정 의원은 선거 하루 전날 “수도권은 2곳만 이겨도 승리인데, 완승을 기대해도 되는 것 아니냐. 상황이 호전돼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판세”라며 긴장의 끈을 늦춰 스타일을 구겼다.
반면 최근 여의도에서 뜨고 있는 정치 컨설턴트 E 씨는 선거 불과 며칠 전 “정부가 북풍을 악용한다면 부동층의 반격을 받을 수 있다”라며 기존의 자세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게 적중, 요즘 가장 잘나가는 컨설턴트로 변모했다. 또한 여론조사 전문가 F 씨는 대부분이 ‘북풍에 정책이 묻혔다’며 여당 승리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으로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족집게 예언을 해 주가를 높였다. 한국 정치의 롤러코스터 같은 역동성을 감안할 때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한 정치 관계자는 “언론계도 우세 열세를 정확하게 맞추려는 퀴즈대결식 묻지마 경쟁보다는,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읽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