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고(故) 최숙현 선수의 선배이자 전 경주시청팀 선수의 폭로를 단독으로 취재했다.
6월 26일, 철인3종경기 전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났다. 경주시청 소속이었던 최숙현 선수는 김규봉 감독과 주장이었던 장윤정 선수, 운동처방사 안주현에게 지속적인 폭언·폭행에 시달렸다.
현재 가해자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최숙현 선수의 정신과 상담 이력을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PD수첩’으로 한 통의 제보가 도착했다.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과 한을 풀어달라는 제보자였다.
제보자는 2015년 경주시청 소속 철인 3종경기 선수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제가 그렇게 됐으면 숙현이는 안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어렵사리 입을 뗀 그는 최숙현 선수가 당한 따돌림과 폭언·폭행을 5년 전 앞서 겪었다고 밝혔다.
폭언·폭행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었고 당시 팀 내 성적이 가장 좋았던 장윤정 선수의 기록을 위해 팀원들을 희생하는 ‘팀플레이’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장윤정 선수를 위한 희생을 거부하자 감독과 주장이었던 장윤정 선수의 폭력이 이어졌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는 후배 선수들을 모아 8시간 동안 공개적으로 제보자를 비판하는 이른바 ‘마녀재판’을 진행했다. 제보자는 감독과 장윤정 선수의 폭언·폭행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제보자는 제작진에게 경주시청 팀 내에서 겪은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십 개의 녹취와 일지를 보여주었다. 내용을 확인한 제작진은 팀 내에 폭력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5년 전에도 지금도 변한 것 없이 선수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간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팀의 민낯을 고발한다.
취재 결과 이미 2015년도에도 과자 식고문, 콜라 식고문 등에 못 이겨 그만둔 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故) 최숙현 선수도 체중조절 중 복숭아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한 폭언·폭행에 시달렸다.
최숙현 선수는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초 부산시청으로 이적했지만 5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주시청 팀 가해자들에게서 벗어났음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김규봉, 장윤정은 악이지만 관계기관들이 제일 원망스럽다”라고 말했다. 생전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 대한철인3종협회, 국민인권위원회, 대한체육회, 검찰·경찰 5개 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어느 곳 하나 최숙현 선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제작진은 관계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물었고 취재를 거듭할수록 그들의 황당하고도 무책임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최숙현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