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공식 발표에서 윤덕용 민간 공동조사단장이 사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천안함발 메가톤급 태풍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MB와 김 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승부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두 사람의 초강경 대응 카드로 폭풍전야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가상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 봤다.
“북한에 대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도발이라는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접한 MB가 던진 일성이다. MB와 정부는 미국 측과 집중 협의를 통해 유엔 안보리 회부를 비롯해 북한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정기적인 한미 군사훈련, 제주해협 봉쇄 등 외교·군사적인 대북 제재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휴일인 석가탄신일(21일)에도 MB는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국제사회 차원의 공동대응,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북한 상선의 남한영해 통과 금지, 남북 경제협력 중단 등 전방위 대북제재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MB는 천안함 사태 조사과정에 국제사회를 참여시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듯이 대북 후속대응 과정에서도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앞으로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과 추가로 전화통화를 갖고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MB는 조만간 천안함 후속 대응조치를 확정하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적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MB는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결연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곧 결심할 것”이라며 MB의 초강경 의지를 대변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측도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경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5월 2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방위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며 ‘맞짱’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방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천안함의 침몰을 우리와 연계돼 있다고 선포한 만큼 그에 대한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며 “함선 침몰이 우리와 연계돼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방위는 특히 “그 어떤 응징과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침해하는 그 무슨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며 “우리가 수행하는 전면전쟁은 날조극을 꾸민 역적패당과 그 추종자들의 본거지를 청산하고 통일대국을 세우는 전민족적이고 전인민적인 전국가적인 성전”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합조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시작된 지 30분 만인 10시30분께 나왔다. 과거 도발 때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반응한 것이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예단한 북한이 국방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미리 준비해 놓고 남측의 발표를 지켜본 뒤 즉각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 국방위가 “아무런 물증도 없이 천안호 침몰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계시키다가 끝내 침몰 원인이 우리의 어뢰 공격에 있는 것처럼 날조된 조사결과를 발표해 내외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국제적 고립을 우려한 적극적인 반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 합조단이 북한 소행임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물로 공개한 추진체 뒷부분에 ‘1번’ 이라고 적혀 있다. 유장훈 기자 |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외교·군사적인 대응은 물론 남북 경제협력 중단 등 전방위 대북제재를 천명한 MB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수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정부·민간 차원의 대북사업을 전면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는 이미 대북 교역 및 위탁가공 업체들에게 신규사업 및 물품 반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고, 연 60억 원 규모의 정부 관계부처의 자체 대북사업도 보류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MB의 대북 강경 의지와 맞물려 정부 차원의 대북제재 조치에 돌입한 상황이다.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될 경우 북한은 당장 ‘달러 압박’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MB와 우리 정부가 강구하고 있는 대북제재 방안 중 가장 현실적인 조치이자 북한을 고립시키는 숨은 카드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개성공단만큼은 남북협력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분위기다. 남한은 개성공단 120여 개 입주기업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4만 명 기준)의 임금과 사회보험료 등 명목으로 1년에 약 5000만 달러를 북측에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경우 북측은 남북교역을 하던 주민들의 실업 등 생계문제도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달리 북측에 의해 개성공단이 폐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5월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이 천안함 사태를 구실로 ‘대응’이나 ‘보복’으로 나올 경우 남북관계 전면폐쇄 및 남북협력사업 전면철폐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천안함 사태 배후로 지목돼 국제적 고립 위기에 처한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남북 경협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무너질 경우 남북은 준 전시체제에 버금가는 긴박한 대치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육로통행 차단 등의 강경조치를 취할 경우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볼모로 잡히는 등 우리 국민들의 신변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북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제3의 연평해전 내지는 제2의 천안함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은 이미 ‘전면 전쟁’ 카드를 꺼내든 상태고,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막강한 해군력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조단에 따르면 북한은 로미오급 잠수함(1800톤급) 20여 척, 상어급 잠수함(300톤급) 40여 척, 연어급(130톤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 척 등 총 7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과 동일한 규모의 충격을 줄 수 있는 총 폭발량 약 200~300kg 규모의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천안함 사태로 자신들의 해군력을 실험한 북한이 대북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미사일 발사시험이나 3차 핵실험 등 한반도 긴장 상태를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서해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준 전시상황을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독재정권과 세습체제의 안정적인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전면 도발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과 북한은 무력시위 등 초강경 카드로 남한을 압박하면서 우군인 중국을 방패삼아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천안함 발표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MB와 김 위원장이 어떤 승부 카드를 꺼내들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