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미국 진출 후 메이저리그에서 스프링캠프를 보낸 게 일곱 차례 정도 되네요. 그중에서 이번 캠프만큼 성적이 좋았던 적이 없었어요. 주전 자리 경쟁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까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그런데 막상 시즌이 개막되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르다보니 어느 순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고 캠프 동안 하지 않았던 오버스윙이 나왔으며 나쁜 공에 저절로 방망이가 돌아가는 추신수로 변해 있었습니다.
정말 참담한 심정으로 디트로이트와의 3연전을 치르게 됐죠. 2차전까지 1할대의 타율로 곤두박질쳤고 정말 야구장 나가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그러다 3차전 경기 직전, 아내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왔습니다.
‘무빈 아빠, 왜 그리 걱정을 많이 하나요? 당신한테는 당신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내와 건강하게 자라는 아들 둘이 있잖아요. 비록 메이저리그 기본 연봉이지만 일반인들에 비해 많은 돈을 받고 운동하고 있는데, 설령 야구를 못하면 뭐 어때요.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잊어요. 설령 당신이 야구를 못해도 당신은 내 남편이고 아이 아빠이고 믿음직한 가장이니까. 여기 당신을 영원히 지지하는 서포터스가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주세요.’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한테도 전화가 걸려 왔어요. 그는 저한테 이런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1년에 2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는데, 시즌 초 슬럼프에 빠진 그 선수가 하루는 야구장에 나가기 싫다고 했답니다. 그때 스캇 보라스가 그 선수를 운전석에 태운 후 차에 시동을 건 다음, 눈을 감고 운전하라고 했다고 하네요. 어떻게 눈을 감고 운전하느냐는 선수의 반응에 보라스가 한 말이, “네가 타석에 들어서면 공을 안 보고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느냐. 운전도 눈 감고 할 수 없듯이, 야구도 공을 보지 않고선 안타도, 홈런도 나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스캇 보라스는 저한테 이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네 자신을 믿고 네 능력을 믿어라. 만약 지금이라도 계약을 원한다면 난 당장 클리블랜드 측과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네가 설령 올 시즌 형편없는 성적을 내도 네 가치가 떨어지진 않는다. 원래 추신수로 돌아오길 바란다.”
와이프와 스캇 보라스의 말이 저한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항상 이변이 존재하는 게 야구입니다. 그걸 잘 알면서도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는 게 야구이기도 하고요. 시즌 초 혹독한 깨달음을 통해 제 본모습을 찾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해요. 또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제 기본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절 응원하고 지지하는 제 팬들 때문입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