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마블의 주장 이창호 9단이 올 시즌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몇 년 전부터 경기 영향으로 참가 팀 숫자가 주느니 마느니 했고, 지난해엔 예전 8팀에서 한 팀이 줄어 7팀이 경기를 해서 이러다간 계속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거꾸로 두 팀이 오히려 늘어나 올해는 9팀이 되었다. 새로 생긴 팀은 ‘포스코 켐텍’ ‘넷마블’ 충북&건국우유‘ 등 셋이고, 대신 ‘바투’ 팀이 올해는 참가하지 못했다.
신안천일염의 주장 이세돌 9단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지난해에 이 9단이 휴직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팀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기 때문인데, 올핸 양쪽이 잘 화해가 된 모양이다. 게다가 작년엔 감독이 이홍열 9단이었는데 올핸 이 9단의 형, 이상훈 7단이 감독을 맡았다. 형제가 한 팀인 것이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좀 어색한 것 같기도 하다.
54명의 선수 가운데 30대가 6명, 40대가 1명, 50대가 1명, 나머지 46명이 10대 후반에서 20대다. 30대 중에도 목진석 안조영 한종진은 갓 서른을 넘긴 30대 초반이고, 이창호 최명훈 두 동갑 친구가 30대 중반의 깃발을 외롭게 지키고 있다. 40대 유창혁과 50대 조훈현의 외로움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들 어디를 간 것일까…^^ 지난날의 바둑황제 조 9단이 요즘 팀의 주장도 아니고 3지명, 4지명 선수로 뛰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다. 세계대회 같은 것이라면 모를까, 페넌트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조 9단이 노장의 투혼을 발휘하는 것이나, 젊은이들에게 가끔 한 수 지도해 주는 모습은 보기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쎄, 조 9단은 그동안 보여 줄 만큼 다 보여 준 것 아닌가. 조 9단이 우리에게 더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마치 백인천 선수에게 지금도 운동장에 나와 4할대의 타격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무리 아닐까. 조 9단은 진작부터 선수가 아니라 감독, 아니 그것도 어느 한 팀의 감독이 아니라 한국리그 전체의 사령탑, 뭐 최소한 그런 역할이 어울리는 것 아닌지. 양재호 최규병이 감독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김영환이 감독을 하고, 양건도 감독을 맡고 있는데 말이다.
조 9단 본인이 승부의 현장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황제를 지낸 사람은 다른 것. 조 9단 또래의 다른 기사들이 지금도 아들 같은, 아들보다 어린 젊은이들과 겨루어 이기기도 한다면 그거야 감동 드라마가 될 수 있겠지만, 황제는 황제로서의 금도도 있는 것 아닌가.
신안천일염에선 한상훈의 어깨가 무겁다. 위로 이세돌을 빼고, 아래로는 전부 신출내기다. 넷마블은 서건우와 최기훈이 어느 정도 뒤를 받쳐 주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송태곤도 이젠 다시 실력을 좀 보여 줄 때가 되었다. 홍일점 박지은도 여류 최강으로서 체면은 지켜야 할 것이다.
신생 포스코켐텍과 리그 3연패에 빛나는 영남일보는 고른 전력, 안정감이 있다. 영남일보의 복병으로 고비마다 결정적 한 방을 날려 팀 승리에 공헌했던 김형우가 올핸 하이트진로로 적을 옮겼다. 계속 눈여겨보자. 눈에 잘 띄지 않고 있다가 한국리그를 통해 대어급으로 성장한 티브로드의 김기용은 다른 팀에서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선수.
아무튼 한 사람 한 사람,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국내외 기전에서 성적을 내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지만, 그 성적과 한국리그 활약은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 일반 기전에서 성적을 내는 선수가 한국리그에서는 일반 기전에서 성적을 거의 못내는 선수에게 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반 기전의 단발 승부와 한국리그의 페넌트 레이스는 승부 호흡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실력 차이가 없기 때문이며 누가 이기든 이상할 게 없는 것.
2010 한국리그는 5월 6일 신안천일염 대 넷마블의 대결로 막을 올린다. 올해 말까지 약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이다. 9개 팀이 전·후기 더블 리그, 총 18라운드를 치르며 72게임을 소화한다. 5명 단체전이므로 대국수는 360국.
총예산 29억 5000만 원, 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이다. 약 30억에서 상금이 3억 원인데, 물론 경기마다 대국료가 따로 나가긴 하지만, 한국 대표기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이건 좀 적은 것 아닌가. 바둑TV가 너무 많이 남기려는 것 아닌가. 지난해 이세돌의 항변에는 바둑TV의 이런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수 선발 말고도, 가령 대국료 같은 것에 차별이 없다는 것, 바둑TV가 바둑계에 공헌하는 바도 크지만, 그 반면에 바둑계와 유명 프로기사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버는 것에 비해 쓰는 것이 너무 적다는 것 등이다. 올해도 이런 건 바뀐 게 없다. 프로라면 계약 조건이 선수마다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 상금이나 대국료도 올려야 한다.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바둑팬들은 재미있게 시청하겠지만.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