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8시30분 이철우 경북지사가 군위군청에서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을 위한 ‘소보’ 유치 신청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경북도 제공)
[안동=일요신문]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30분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통합신공항) 건설사업과 관련, 군위군이 공동후보지(군위·소보, 의성·비안)인 소보면에 대해 극적인 조건부 유치신청 의사를 밝히는 순간 이철우 경북지사가 한 말이다.
그는 당시를 “벼랑끝에 섰던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기사회생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불투명했던 이전후보지 선정에 종지부를 찍고, 그 큰 역할에 중심에 서며 흔들림 없이 해낸 이철우 지사를 ‘일요신문’이 만났다. 그에게 그간의 추진 경과와 앞으로 경북이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발전전략 등을 들어봤다.
“군위·의성 군수님과 군민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 이었죠”
이 지사는 “막판에 성사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라는 기자의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 같이 답하며, “통합신공항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염원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결과물입니다. 대승적 결단을 내려준 군위·의성 군수님의 뚝심과 군민들의 열정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다른 지역 군 공항 이전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죠… 군위와 의성은 군 공항의 소음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민항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을 모색하고자 유치전을 펼쳐왔습니다. 두 지역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희생과 양보도 기꺼이 감수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사진=경북도 제공)
다음은 이철우 경북지사 일문일답이다.
- 통합신공항 이전후보지 결정 극적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불투명했던 이전후보지 선정에 큰 역할을 하셨는데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군위·의성 군수님의 뚝심과 군민들의 열정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시·도민들께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함께 뛰었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사흘 동안 도내 59개 단체, 1300여명이 넘는 시·도민들이 군위로 모여 군민들을 일일이 만나고 설득하는 걸 직접 봤다. 위기의 순간 하나로 똘똘 뭉치는 대구경북의 정신을 경험했다. 시·도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원의 합의문 서명도 단 하루 사이에 이뤄졌다. 여기에 지역 언론인들도 큰 힘을 보탰다. 시·도민들께서도 사즉생의 각오로 뛰는 시․도지사를 믿고 성원해 주셨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 대구경북의 공항이지만 일단 경북에 공항이 옵니다. 대구경북 ‘그랜드디자인’의 출발입니다. 지역과 산업구조의 재편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통합신공항후보지 확정 이후 지사께서 그리는 경북의 그랜드 디자인은
“통합신공항은 단순히 공항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산업‧경제 지도를 바꿀 것이다. 먼저, 군위·의성은 군 영외관사 2500세대와 공항종사자들을 위한 신도시로 개발된다. 3000억원 규모의 이전주변지역 지원사업도 시행된다. 공항 배후지역에는 항공기 제조‧정비, 항공부품‧소재, 항공물류단지 등이 집약된 항공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비즈니스와 물류, 관광과 첨단산업이 융합된 경제공항권의 중심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것이다. 기존 산업들도 재도약의 기회를 갖게 된다. 그동안 구미산단의 첨단전자제품은 막대한 시간적‧경제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인천까지 육상운송 후에 항공을 통해 전 세계로 수출돼 왔다. 앞으로는 통합신공항에서 직접 처리해 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대기업의 수도권 이전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산업단지도 재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경북의 청정환경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신선농산물이 공항을 통해 신속하게 수출돼 수확 당일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공항 인근에 신선농산물 수출전문단지와 농식품수출전문센터를 건립해 신선농산물의 생산‧가공‧수출 원스톱 처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관광분야 역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경북은 우수한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통합신공항에서 중장거리 노선이 취항하고 공항을 중심으로 경북 전역을 1시간 거리에 두는 광역교통망이 구축되면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의성에 계획하고 있는 조단위의 관광프로젝트도 관광명소로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 과거 국회의원 초선 출마 때 경북에는 인구 100만명의 거점도시가 필요하다고 책을 통해 일찌감치 주장했습니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지만 대구를 중심으로 한 편입요구가 커질 수 있어 보입니다. 경북에 인구 50만 또는 100만의 특례시를 중심으로 거점도시를 육성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경북도의 계획은
“2005년 정무부지사로 일하면서 투자유치와 시장개척을 위해 외국으로 자주 출장을 다녔다. 그때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임을 실감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출마 시 경북 서부권과 동부권에 인구 50만 명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거점도시 2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말한 바 있다. 그리고 2개의 도시와 대구를 광역전철망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로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대구경북이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수도권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도권 블랙홀에 지방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국가 혁신성장을 선도하고 분권형 국토균형발전을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전 세계 어느 도시나 국가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경제규모의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집중할 시기이며, 특례시를 중심으로 하는 거점도시 육성은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정개편의 필요성들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대구‧경북 행정 대통합’의 한목소리로 응축되기를 기대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사진=일요신문 DB)
- 의성 군위 공동후보지에 들어서는 통합신공항 특히 민항은 어떻게 건설돼야 하고 접근성 확보를 위한 방안은
“무엇보다도 민항은 ‘충분한 규모’로 건설돼야 한다.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운항과 밸리카고(여객기 동체에 화물을 탑재하는 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최소 3200m 이상의 활주로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연간 100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민항터미널과 연간 20만t 이상의 항공화물 처리가 가능한 화물터미널도 필요하다. 여기에 장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한 충분한 규모의 민항부지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통합신공항으로 접근성 향상을 위한 광역교통망은 전문연구기관의 용역을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철도 3개 노선과 도로 5개 노선에 총 12조400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가장 급선무가 서대구~신공항 철도 신설이다. 이 노선이 되면 서대구 KTX역에서 신공항까지 30분내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노선을 연장해 중앙선 의성역까지 연결하고, 현재 공사 중인 중앙선 안동~영천 복선전철화 사업도 완료가 된다면 통합신공항에서 대구 뿐 아니라 서울과의 접근성도 개선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김천·구미와 신공항을 철도로 연결해 통합신공항이 물류공항으로 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속도로는 현재 상습 정체구간인 중앙고속도로 읍내JC~의성IC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 확대하고, 북구미IC~군위JC 고속도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성주~대구간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향후 무주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지방도로는 동군위IC~우보~신공항 노선을 신설해 조야~동명간 광역도로와 연결하고 도청신도시~공항간 도로도 신설할 계획이다. 통합신공항 활성화의 키(Key)는 접근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철도·도로망 구축은 공항이전만큼이나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사업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가 도로‧철도계획에 포함해 통합신공항 개항시기에 맞추어 광역교통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주요노선에 대한 예타 면제 등을 중앙부처 관계기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 대구 경북그랜드 디자인 차원에서 공항경제권의 비전과 육성계획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해외를 예로 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를 벤치마킹하거나 구상 중이신지
“도에서는 통합신공항을 단순한 교통 거점의 기능을 뛰어넘어 공항비즈니스와 물류, 관광과 첨단산업 등이 융합된 대규모 공항 경제권의 중심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과 일본의 중부공항이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서쪽 15㎞ 부근에 있는 스키폴 공항은 1998년 세계 최초로 ‘공항도시’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른바 ‘스키폴 업무도시’로 탈바꿈했다. 스키폴 공항은 두 개의 대형 고속도로와 철도가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의 주요도시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공항의 배후에는 국제회의장·호텔·상가·통신센터 등 151만㎡의 업무도시가 형성돼 국제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속한 공급망과 화물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인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훼 경매장과 세계적인 물류 전문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일본 나고야에서 남쪽으로 35㎞에 위치하고 있는 중부공항도 2005년 개항 이후 지역발전을 이끌고 있다. 국내 24개 노선과 세계 25개국 국제선을 확보해 일본 제3위 공항으로 성장했다. 공항 인근에 도요타자동차와 혼다기연공업, 소니·샤프·산요 등 전자회사,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자리해 공항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도에서는 공항신도시와 항공클러스터 조성 방안, 도로‧철도 등 광역교통망 건설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통합신공항 도시구상 및 광역교통망 계획’ 연구용역을 9월 중 착수할 계획이다. 약 8개월의 연구를 거쳐 내년 4월이면 대구경북의 미래를 바꿔놓을 공항신도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 동해안 포항항 등 Two Port전략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통합신공항 시대에 동해안의 역할과 산업 관광발전 방안은
“통합신공항은 동해안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대역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바다를 등한시했다. 21세기는 바다시대다. 바다를 경영해야 소득 5만 달러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초광역 교통물류 거점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통합신공항이 준공되면 경제물류공항인 통합신공항과 대구·경북의 유일한 컨테이너 무역항인 영일만항, 그리고 KTX 포항역과 직접 연결되는 인입 철도 간의 시너지 상승효과로 물류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Two Port를 넘어 공항, 항만, 철도가 연결된 Tri-Port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해서 세계로 향하는 동해안 시대를 열 수 있게 된다. 민선 7기 이후 동해안에는 포항 강소연구개발특구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 경주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 예타 통과 등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호재를 적극 활용해 우량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이차전지, 신약개발 등 신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는 동해안을 통합형 융․복합관광지로 육성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울진 후포마리나,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포항 호미곶, 경주 감포해양관광 단지 등 체류형 해양힐링 공간이 조성 중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537㎞ 동해안에 권역별로 특화된 체험형 휴양관광 벨트도 조성할 예정이다. 통합신공항 이전과 연계한 관광객의 접근성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관광산업을 활성화시켜 나가겠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