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미안해서… 양팀 PK 주거니 받거니~
#혹시나가 역시나로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은 지도자와 심판, 각 구단 주장들과 미디어데이를 열고 ‘5분 더(5 minutes more)’ 프로젝트를 선포했다. 이는 ‘데드 타임을 5분 더 줄이고 팬들과 5분 더 만나자’란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작년 K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를 토대로 한 이 캠페인은 리그 초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잘 지켜지는 듯했다. 선수들은 불필요한 파울을 줄여 페어플레이를 하고, 심판들도 빠른 경기 진행을 통해 실제 경기시간이 늘어나고 득점도 증가하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반짝 효과’였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0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고개를 숙이고 있던 ‘판정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조금씩 터진 불만과 논란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시점은 4월 18일 열린 성남과 경남의 8라운드 경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패장도 아닌, 승장이 판정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사실. 후반 종료 직전 성남 쪽에 선언된 페널티킥 위기를 상대 공격수의 실축으로 간신히 벗어나 2-1 팀을 승리로 이끈 경남 조광래 감독은 “우리 수비수가 경합 과정에서 상대에 터치도 하지 않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주심이) PK를 선언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더욱 창피했다”고도 했다.
한 주 뒤(4월 25일) 열린 서울과 경남의 선두 다툼의 경기 상황도 미묘했다. 서울은 주축 수비수 김진규와 미드필더 하대성이 경고 2장으로 퇴장당하는 아픔을 맛봤다. 손가락을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며 ‘돌았다’는 제스처를 취한 김진규의 경우는 무조건 퇴장을 주는 게 옳았으나 하대성의 상황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특히, 경남 선수가 범한 행동이 하대성의 경우와 비슷했다는 점에서 팬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전남의 대결에서도 2장의 미묘한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다. 심지어 승리한 제주 쪽에서도 “전남에 주어진 동점골 PK 판정도 이상했고, 우리가 얻은 PK도 애매했다”고 할 정도였다. 제주전 패배로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전남 박항서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우리도 PK를 얻었지만 상대가 얻은 PK 상황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날아간 승리 어쩌나
4월 24일 인천전에서 또 다시 애매한 PK 판정으로 다 잡은 승리를 빼앗긴 대구 이영진 감독은 “꼼꼼히 경기 영상을 보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연맹에 제소하겠다”고 했지만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체념조로 덧붙인 한마디에서는 씁쓸함만이 가득했다.
심판을 놓고 ‘새로운 권력층’이란 비난이 계속 일고 있다. 선수들도 같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유력 구단의 한 선수는 “예나 지금이나 바뀐 건 전혀 없다. 심판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린 절실해서 미칠 지경인데, 마치 벽을 보고 떠드는 것 같다. 외부 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보상 판정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었다. 한쪽에 특정한 판정을 내린 뒤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면 다른 쪽에 똑같은 판정을 내린다는 의미. 제주-전남전에서 두 차례 PK 판정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오락가락 판정에 줏대가 없어 보인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사실 확인 결과 대부분의 구단들은 제각각 선호하는 심판이 있고, 유독 (배정받길) 꺼리는 심판이 있었다. 만약 A 주심이 배정될 경우, B 구단은 내심 기대감에 웃지만 C 구단은 경기 전부터 일찌감치 포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는 것. 대부분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우리뿐 아니라 모든 구단들은 각기 희망하는 심판진이 있다”며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현장뿐 아니라 팬들까지 같은 얘기를 서슴없이 밝힐 정도니 부연이 필요 없다.
#심판들도 억울하다
하지만 심판들도 분명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K리그 심판들은 사상 처음으로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을 했고, 프로팀 간의 연습 경기에 투입돼 실전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이는 K리그 구단들도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억울하게 여기는 것은 몇몇 사례만으로 모든 심판을 ‘나쁜 X’으로 손가락질 하는 것이다. 자신들을 ‘비대한 권력을 지닌 특권층’이란 얘기에도 동조할 수 없다고 한다.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문제 심판을) 마냥 감싸지 않는다. 일단 판정 문제가 발생하면 연맹과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자체 평가를 실시, ‘업 앤드 다운(Up & Down)’ 제도에 의거해 향후 경기 배정을 유보하거나 출전 정지 처분 등 갖가지 징계를 한다. 아울러 어느 심판이 똑같은 실수를 세 차례 범했을 때 영구 퇴출시키는 제도도 만들었다. 사령탑들이 주장하는 ‘심판 평가 시스템’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셈. 심판 징계가 비공개로 이뤄져 ‘밀실 행정’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이는 차차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갖고 있다.
“어느 한쪽의 얘기만 듣고, 우리를 ‘질 나쁜’ 심판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심판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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