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제 앞의 타순에 있는 두 선수의 갑작스런 공백으로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사이즈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상대팀 투수한테 굉장한 위안을 줄 수 있겠죠. 존재 자체만으로도 압박감을 주는 선수이니까요. 그러다보니 솔직히 두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없는 현실이 저한테 조금씩 부담을 주고 있어요.
카브레라가 수술 받으러 가기 전에 저한테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추, 절대로 팀 분위기에 좌우되지 말고 상대 투수가 네 연봉을 깎아 먹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설 때마다 어떻게 해서든 진루해서 팀 성적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 네가 살아남으려면 팀이 이기든 지든 네 플레이를 해야 하고 꼭 타점을 올려서 성적을 끌어올려야 시즌 후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거라고.”
수술을 앞둔 카브레라가 그런 얘길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연봉조정신청 대상이 될 뻔했던 선수가 하루 아침에 부상으로 그 기회를 잃다보니 어지간히 속상했던 모양입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기간 중에는 우리 팀 성적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온 선수들의 컨디션이 아주 좋아보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들어가보니 선수들의 부상이 재발되고 투수난에 타격난까지 겹치니까 솔직히 지금 팀 전체적으로 많이 다운된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약한 마음 갖지 않으려고, 제가 흔들리면 다른 선수들한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루 하루 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든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안 좋은 거 보면 속상하고 현실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이 생깁니다. 이런 부분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한 척, 내 길만 가겠다 하는 의지 등을 내보이려 하고, 실제 그렇기도 하지만 이렇게 혼자 집에 있을 땐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기만 하네요.
지난 시즌 두 달가량 홈런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막상 시즌을 치르다보면 일주일에, 한 달 동안 홈런이 몇 개 터지는지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에요. 팬들이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저 또한 홈런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일기를 일요신문에 보낸 직후인 22일 경기에서 추신수는 33일 만에 5, 6호 홈런을 날려 ‘갈증’을 말끔히 씻었다).
주말 동안 애리조나에 있던 가족들이 클리블랜드 집으로 돌아와요. 아이들을 시즌 들어 한 번도 보지 못해 너무 그리웠는데 이번에 아이들 얼굴을 보고 나면 기운이 좀 날까요?
요즘에는 왜 선수들이 이기는 팀에 가고 싶어하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