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최연소 운영위원장 최승호 씨.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축구 자체가 좋았을 뿐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축구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열정으로 발전했다. 국가대표팀 경기는 물론이고 국내 K리그 경기까지 모두 챙기며 응원하러 다녔다. 원정 경기 떠난 K리그팀을 응원하기 위해 싱가포르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덕분에 수원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12번째 태극전사란 자부심으로 열심히 응원하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붉은악마 안살림까지 도맡게 됐다.
남아공 원정 비용은 자그마치 700여 만 원.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비용인 3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그는 “4년에 한 번 있는 축제 아닌가. 독일 월드컵 끝나고부터 꼬박꼬박 저축했다. 붉은악마 원정단원 모두가 각자 자비로 응원을 떠난다. 축구를 향한 열정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나보다”라며 호탕한 웃음을 보인다. 그동안 붉은악마는 순수 동호회 성격을 잃지 않기 위해 기업의 후원을 한사코 거절해왔다. 사무실도 없앴다. 따라서 외부와의 연락은 메일로만 가능하다. 회의 또한 온라인을 원칙으로 한다고. 운영에 어려움이 없냐는 물음에 그는 “회원들에게 붉은악마 머플러를 판매하고 있다. 카페 회원 수만 5만 명이 넘기 때문에 그 수익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시원스런 답변을 내놓는다.
이번에 남아공으로 원정 응원을 떠나는 인원은 80명. 역대 최소 인원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남아공 현지 치안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응원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는 세계적인 범죄수도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최 씨는 “경호업체에서 저렴하게 해준다는 연락이 와 견적서를 받아봤는데 ‘2주에 1억 원’이라더라. 그래서 우린 ‘1억 원을 아끼기 위해 몸으로 때우자’고 결심했다”면서 “대신 야간에 단독 행동을 금하고 철저히 단체로 활동하는 등 안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해외로 원정 응원을 나가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때도 많았다. 외국 응원단이 던진 물병에 머리를 다치는 건 예삿일이다. ‘대형 태극기를 잘라서 들어가라’, ‘몸만 들어가라’는 등 어이없는 주문을 하며 붉은악마의 응원물품을 들여보내주지 않은 적도 많았다. FIFA로부터 분명히 허가받은 응원도구임에도 말이다. 최 씨는 “이번엔 대형 태극기, 북, 1m짜리 소형 깃발만 가지고 간다. 대형 깃발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못 들고 가게 하더라”면서 “응원도구가 중요한 건 아니지 않나. 1명이 10명 목소리를 내면 된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는 개최국 남아공과 같은 아프리카 국가다. 따라서 붉은악마는 ‘제2의 홈팀 응원단’과 맞서야 한다. 그러나 그는 “원정 응원을 갈 때마다 느낀 거지만 홈팀 응원단도 자국이 지고 있으면 응원을 멈춘다. 그러나 붉은악마는 대한민국이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목이 터져라 응원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정말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최소 16강이다. 대한민국은 강하다. 열렬한 응원으로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드리겠다”며 파이팅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엔 패기가 넘쳐흘렀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