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크다운 100% 성공
벌써 세 번째 라이베이거스에서 김동현을 취재하지만 경기 후 표정은 이날이 가장 좋았다. 김동현은 라커룸으로 들어서는 기자를 발견하자마자 “보셨어요? 정말 오늘 경기는 완벽했어요”라고 승리의 환호를 바로 토해냈다.
“표정 잘 지으세요. 저기 카메라가 중계카메라인데 지금 이 모습이 한국으로 생중계될지도 모른데요.” 여유까지 묻어났다.
이어 김동현은 이날 경기의 소감으로 “그라운드 기술은 UFC 최고라고 자부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현은 “이번 경기의 전략은 ‘타이밍 태클’이었다. 상대가 공격을 들어오는 순간을 포착해 완벽한 타이밍에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경기를 보셔서 알겠지만 정말이지 100% 성공했다. 이제 그라운드 기술에 관한 한 UFC 최고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김동현의 경기는 3-7로 열세라는 현지 도박사들의 예상을 깬 일방적인 승리였다. 무릎인대 부상으로 10개월 만에 링에 올랐고, 상대가 리얼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TUF 시즌7 우승자로 강타자인 사돌라였지만 김동현은 3라운드 내내 한 번도 수세에 몰리지 않는 등 최고의 그래플링 테크닉을 뽐내며 경기를 장악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돌라가 김동현에 대해 많은 사전정보를 얻어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 시종 하위포지션에 깔려 김동현에게 끌려다니며 뭐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었다. 미국의 격투기 미디어 <셔독>이 “김동현이 사돌라를 걸레 삼아 옥타곤 바닥을 청소해 버렸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김동현의 그래플링 기술은 이번 매치를 통해 거의 완성단계에 가까울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예컨대 2라운드에서 상대의 왼팔을 상대의 목뒤로 감아돌려 조르기를 시도한 것은 압권이었다. 보통 스파링을 할 때 초보자들에게 잘 써먹는 기술로 실력이 비슷한 상대에겐 사용하기가 어려워 UFC 경기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걸 김동현이 선보인 것이다.
▲ 김동현이 사돌라와의 경기에서 승리 후 라커룸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
# ‘동현 킴’ 주가 치솟아
일부에서는 김동현의 경기가 화끈한 KO나 서브미션 승리가 아닌 까닭에 인기가 없다는 비판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좀 다르다. 요즘 UFC 팬들의 수준은 꽤 높다. 꼭 타격이 아니더라도 테이크다운이나 그라운드 기술 하나하나에 주목한다. 실제로 경기장에서도 테이크다운이나 순간적인 그라운드 테크닉이 나오면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곤 한다.
양성훈 관장은 “(김)동현이는 타격도 좋다. 2008년 5월 UFC 데뷔전에서 강력한 팔꿈치 파운딩으로 TKO승리를 따냈다. 또 2006년 일본 딥(DEEP)에 진출하여 7승을 기록했는데 이 중에서 폭발적인 타격기술로 6번의 KO 승을 거뒀다. 김동현의 타격은 이미 수준급이고, 최근 그래플링 기술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김동현의 경기는 예상외로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 김동현-사돌라 경기는 메인매치가 아니었지만 16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UFC는 매 대회 5개의 메인카드(방송경기)와 기타 5~6개의 언더카드(비방송경기)로 구성된다. 메인카드는 생중계되고 언더카드의 경우 중요경기만 선별해 메인카드에 앞서 스파이크TV의 ‘UFC 프릴림스(오픈게임)’라는 이름으로 먼저 방송된다. 30일 김동현 경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오픈게임 방송은 지난 UFC 111 이후 3회 만에 재개됐는데 김동현이 나선 UFC114 오픈게임은 12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던 UFC 111보다 무려 33%나 증가했고 UFC 오픈게임 역사상 지난 UFC 10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동시간대 미국 케이블TV의 18~34세 남성 기준 시청률에서 전체 2위에 오르는 등 흥행 면에서 대박에 가까운 성과를 거뒀다.
▲ 사진출처=UFC |
김동현에 대해서는 UFC 주최사인 주파(ZUFFA)와 미국 언론의 관심도 높다. <일요신문>과의 라커룸 인터뷰 도중 UFC가 특별 화보촬영을 요청해왔고, 또 각종 미국 내 격투기 전문 잡지의 인터뷰 요청도 계속 들어왔다.
김동현은 “한국선수가 UFC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UFC는 물론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체육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현은 현지시간으로 30일 LA로 이동해 3일간 휴식과 관광 등을 마친 후 2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근 여성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저 여자 친구 있어요. 그리고 여친이 엄해서 꼼짝도 못해요. UFC 톱파이터들은 종종 여친과 함께 다른 경기를 관전하곤 하는데 언젠가 저도 여친과 함께 UFC에 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동현은 출생 1981년 11월 17일 신체 키 184cm 몸무게 77kg 소속 부산팀매드 학력 용인대학교 유도학 학사 경력 2010. 5 UFC114(VS 아미르 사돌라) 승, 2009. 7 UFC 100 (VS TJ 그랜트) 승 종합격투기 전적 11승 무패(KO 6, 서브미션승 1, 판정승 4) 무승부 1 무효 경기 1
라스베이거스(미 네바다 주)=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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