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버린이 SK(주) 주총을 앞두고 기획한 시리즈광고 ‘일-상-정’. | ||
“신문광고 게재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나? 얼토당토않은 생각이다.”(SK그룹)
SK(주)의 주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SK측과 소버린측의 진흙탕 싸움이 극에 이르고 있다. 최근 SK(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55.4%(지난 3월5일 기준)를 넘어서는 가운데 이번에는 SK그룹과 소버린이 엉뚱한 곳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주총을 앞두고 벌어진 양측의 신문광고전이 그것이다.
신문광고의 경우 광고가 나가는 날짜와 광고 단가 등 몇몇 조건이 맞으면 별 어려움 없이 게재를 할 수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문광고 시장이 불경기로 얼어붙으면서 서로 광고를 많이 수주하기 위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정도. 이런 상황에서 소버린이 “광고를 싣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은 실제로 일어났고, 소버린과 SK그룹은 그 배경을 두고 각각 다르게 해석하는 실정이다.
SK그룹과 소버린의 ‘때아닌 광고전쟁’이 벌어진 것은 지난달 말. 지난달 9일 소버린은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경제잡지 등 대다수의 언론 매체에 광고를 내보냈다.
한 일(一)자가 크게 쓰여져 눈에 띄는 광고였다. 이 광고의 문구를 보면 한 일자 옆에 ‘SK주식회사를 일류로 만들겠습니다’라고 쓰여있다. 결국 소버린이 SK(주)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예정이며, 일류회사로 만들겠다는 일종의 다짐인 셈이다.
소버린측에 따르면 이 광고는 총 세 차례의 시리즈물로 제작됐다는 것. 2차 광고문안은 1차 광고의 한 일(一)자에 두 획을 추가해 윗 상(上)자를 크게 새기는 것이었다. 광고카피는 ‘SK주식회사의 가치를 높이겠습니다’는 것.
마지막 광고시리즈인 3차에는 윗 상(上)자에 두 획을 또 추가해 바를 정(正)를 크게 썼다. ‘SK주식회사를 바르게 만들겠습니다’라는 광고카피가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광고는 2~3개 일간지를 제외하고는 볼 수가 없었다. 1차 광고 때에는 대부분의 매체에 실렸지만, 2차 광고는 2월24일자 몇몇 경제지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3차 광고는 경제지에조차 실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버린측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두 번째 광고를 내려고 할 때부터는 신문사측에서 ‘광고를 실을 지면이 없다’, ‘단가가 더 올랐다’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신문사의 경우는 기존의 광고단가보다 4배 이상 가격을 올려 부르기도 했다는 것. 대다수의 신문사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오자, 소버린측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SK(주)의 주총 전에 소액주주들에게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로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버린측은 매체들의 거부 이유가 SK그룹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이 소버린의 ‘일상정(一-上-正)’시리즈 광고가 나갈 경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잡기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소버린 관계자는 “매체들이 광고게재를 거부한 이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버린의 1차 광고가 나간 직후 SK텔레콤, SK주식회사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광고가 계속 나가는 등 평소 친분이 있는 그룹 광고담당과 언론 매체간에 묵시적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이 주총 때까지 소버린의 광고 시리즈를 게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SK그룹의 광고물량을 대거 늘리거나, 매체들과 모종의 계약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
그러나 SK그룹은 소버린측의 주장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요즘 신문 광고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인데, 우리가 광고를 실어라, 말아라 하고 매체에 요청하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소버린이 1차 광고를 하면서 국내 광고 정서와 맞지 않게 실수를 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오히려 소버린측을 비꼬고 나섰다.
SK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소버린이 지난달 29일 1차 광고를 내보내면서 언론 매체별로 광고면 크기, 단가 등 규모에 있어 차별을 해 몇몇 매체로부터 ‘괘씸죄’에 걸릴 정도로 국내 광고시장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소버린의 2, 3차 광고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도 이 같은 소버린측 광고대행사의 매끄럽지 못한 처사 때문이라는 얘기다.
SK(주)의 경영권을 둘러싼 표심 대결이 양측의 광고전쟁,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상황까지 번진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이런 다툼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SK(주)의 주총장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