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를 이용한 농약살표 모습. 보도 내용과 관련 없음. 출쳐=픽사베이
[부산=일요신문] 화학물질관리법상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 유해화학물질 전용운반 차량이 아닌 일반 컨테이너에 실려 도로 위를 지속적으로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 초 감사원으로 관련 내용을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제도 변경이 뒤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소관 기관인 농촌진흥청에 대한 날선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국회의원(부산 사하갑)에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8월) 유독물질인 농약원제 475.5톤 가운데 430톤이 유해화학물질 운반업 허가를 받지 않은 화물차량을 이용해 운반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약 원제는 대부분 항구 등을 통해 국내에 들어와 차량을 통해 제조사로 운반된다.
‘화학물질관리법’상 금지물질에 해당하는 농약 원제는 17종이나, 현재 농약 제조에 사용되는 원제는 캡탄·디메토에이트 등 6종이다.
해당물질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위해성이 크다고 인정돼 모든 용도로의 제조, 수입, 판매, 보관·저장, 운반 또는 사용이 금지된 ‘금지물질’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농약 원제는 ‘화학물질관리법’ 제3조 1항에 따라 ‘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농진청이 소관하는 ‘농약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농약 원제의 운반기준도 ‘농약관리법’의 규정에 따른다.
문제는 농약원제가 유독한 금지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농진청은 ‘농약관리법’ 시행령과 ‘농약 등 및 원제의 취급제한기준’을 통해 운반차량에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을 통해 ▲유해화학물질 운반차량 운전자는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8시간/2년) 이수 ▲허가받은 자에 한해 유해화학물질 취급 전용차량으로 운반가능 ▲차량에 개인보호장구·방제약품 또는 방제장비 비치 의무화 ▲운반 적합성 검사 매년 실시 의무화 등의 규정으로 유해화학물질 운반차량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에 비해 농진청은 농약 원제 운반차량에 대해 단순히 ▲식료품·사료·의약품 또는 인화물질과 함께 수송하지 말 것, ▲과속 등 차량전복 시 예방교육, ▲운반계획서만 휴대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만을 취하고 있다.
제조사와 운반업체는 이러한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유해화학물질을 일반 컨테이너에 실어 운반했다.
특히 이 같은 문제점은 올해 초 감사원 지적을 통해 드러났으나, 농진청은 지적된 후 8개월이 지났는데도 현재까지 제도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최인호 의원은 “화학사고의 20%가량이 운반 중 차량이 전복되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적재함에 실려 있던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돼 발생했다”며 “농촌진흥청이 유해화학물질 관리 제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조속히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